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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분노 조절 장애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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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07 09: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살맛 나는 세상.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병을 일으키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이란 단어를 매일 듣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명랑만화 같은 소식을 듣기를 희망하지만 어둡고 칙칙한 터널 같은 말만 듣고 사는 것 같다.

계모가 아이를 가방에 넣어 질식사를 시키고, 누구는 아이를 낳아 비닐봉지에 담아 현관 앞에 놔두었다고 한다. 아이 학대 소식들이 지면을 메울 때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 쫓아가서 실컷 패 주고 싶다. 너도 똑같이 당해보라고 하고 싶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새로운 정책이 내놔도 계속 오르는 집값은 서민으로서는 상상도 못 하게 오른다. 13평 아파트가 11억 원을 넘는단다. 보통 직장인들은 한 푼도 안 쓰고 안 먹고 모아야 11년 만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단다. 영혼까지 끌어들여 집을 장만한다는 젊은이들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것 같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나라는 청정지역이 되어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외출을 못 해도 행복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코로나가 심각한 이 순간, 의사들의 단합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건 안다. 정부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와 의사들 간의 팽배한 신경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은 절망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어려운 환자들이 의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간인데도 집회로 의사의 본분을 뒤로 미뤄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사들도 정부도 합심해서 이 난국을 이겨내야 할 때인데 어떻게 이렇게 손발이 안 맞는 건지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런 시기에 많은 사람이 모여 집회를 하더니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진정되는 것 같아 좋아했더니 모 교회에서만 천여 명에 이르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정부를 탓하고 자기 합리화에 몰입하고 있다.

교인들은 하나같이 검사를 거부한다. 자기 목숨을 위한 일인데 거짓말하고 달아난다. 이웃과 가족이 감염되는 걸 알 텐데 무엇이 그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게 했을까. 이성은 상실하고 오로지 목회자의 추종자로 세뇌당한 걸까. 어떻게 목회자가 그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독선적인 행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걸까.

집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때가 아니란 것이다. 온 국민이 외출을 꺼리고 아이들이 등교를 못 하고 있는 이때 꼭 그 집회를 해야만 했을까. 영세 자영업자는 눈물을 머금고 경제활동도 못 하고 있는데 사랑을 내세우는 교인들은 왜 그럴까.

‘예배를 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이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이다.’ 어느 목회자의 말이다. 격하게 공감되면서 목회자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이없는 확진자도 많은 것 같다. 삼복더위에 답답한 방호복속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밥맛이 없다며 얼큰한 탕을 달라며 개인 방송하는 자의 얼굴이 뉴스에 나온다. 그것도 자랑이라고 병원에서 방송하는 모습을 보니 얼굴에 일격을 가하고 싶다. 고생하는 의료진이 자기 가족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개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 뭔 방송을 하며 그것도 잘했다고 떠드는지 정말 어이가 없다. 우리 국민성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국민의 근본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늘어가는 확진자의 수를 보며 화를 참고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대책을 세우기에 급급한 이때 정치인들은 서로를 탓하며 남의 탓만 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내세우지만 진정 어느 국민을 위한 행동인가. 입으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사라지지만 남을 위해서 한 일은 영원하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진정으로 내가 행복한 거다. 장관이나 고위직에 앉아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지 말고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101세 되시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은 정치가나 종교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 싶다.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놓을 賢君이나 賢臣, 賢者가 많길 바라본다. 100년을 사신 분의 주옥같은 말이 현시점에 딱 맞는 것 같다. 인간답게 잘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속되는 우울한 소식에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이러다가 분노조절장애라는 병에 걸릴 것 같다. 이성을 잃으면 분노조절장애가 되지 싶어 마음을 다스리며 심호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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