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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팔찌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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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9.14 15: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몇 년 전 호박 보석으로 만든 팔찌를 선물 받았다. 그 당시 내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문병을 온 지인이 주고 가셨다. 팔찌를 끼워 주시면서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호박의 원산지는 발트해 연안으로 예전에는 보석 호박을 부적으로 썼다고 하셨다. 또 치료의 효과가 있어 아픈 사람이 지니고 다니면 좋다고 하시면서 빨리 완쾌하라는 말씀과 함께 주신 팔찌다. 이유 없이 떨어지지 않던 혈압은 치유의 효과를 믿었던 때문인지 이틀 뒤 퇴원을 했다.

그 후 매우 아끼는 물건이 되었다. 빛이 고운 노란색 호박 보석 사이에 포대화상(布袋和尙) 매달까지 달려 있는 팔찌는 많은 사람이 탐내었다. 나는 큰 결정을 할 일이 있거나 낯선 곳에 갈 때는 부적처럼 끼고 다니면서 힘을 받았다.

아이들은 젖니가 나올 때 열이 나고 힘들어한다. 유럽에서는 아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엄마들이 목에 호박 목걸이를 걸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부적과 치료 효과도 있었다는 내력은 거짓만은 아닌 듯싶다.

팔찌는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이 실에 꿰어 있는데 자주 끼고 다녔더니 실이 느슨해졌다. 비즈 공예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실을 교체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미루고 있던 차에 외출해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실이 끊어지면서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안방이어서 주워 모아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실에 꿰었다.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을 교체로 끼우는데 작은 구슬 두 개가 부족하였다. 그러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아마 팔찌의 실이 팽팽했더라면 손목에 끼우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럼 바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실이 느슨해졌기 때문에 손목에 쉽게 들어가고 큰 불편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다가 실이 삭아 끊어졌다. 구슬 2개를 결국 잃어버려 원래의 모양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팔찌가 되었다.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편하거나 긴장하는 사이는 늘 조심하면서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편해지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친한 사이는 느슨해서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투정 부리고 감정을 쏟아낸다. 그러니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상대방이 돌아서면 관계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아 친한 사이일수록 관계가 단절되어 버린다.

작은 구슬 두 개가 없어졌다고 팔찌를 꿰지 않았다면 나머지 구슬은 쓸모가 없어졌을 것이다. 작은 구슬 두 개를 잃어버린 탓에 예전의 모양만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치유의 효력을 믿으며 끼고 다닌다. 그러면서 미리 실을 바꾸었다면 구슬이 쏟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팔찌를 들여다볼 때마다 후회하고는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사랑과 신뢰, 믿음 중에 하나를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 주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 형제처럼 지냈던 분들이 틀어져서 경찰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모두들 놀라워했는데 친하게 지냈을 때 했던 말이 화근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한 집은 사이좋게 지내다가 더 가까이 지내려고 옆집으로 이사를 갔다가 사이가 틀어져 집을 팔고 이사를 가는 일도 보았다. 두 집 다 이유를 알고 보니 너무나 사소한 일이었다. 팔찌를 꿰고 있는 실만 튼튼했더라면 구슬은 쏟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 사이에도 두터운 신뢰가 있다면 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까운 사람과의 신뢰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동네도 긴장하게 하는 안전안내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온다. 뉴스도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살기가 힘들어졌는지를 전하는 내용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과의 신뢰를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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