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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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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0.05 18: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가끔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살면서 주위에 아무도 없고 오직 나 혼자만이 존재하는 듯한 쓸쓸한 감정을 명절을 보낸 후 느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친구가 없어서도 가족이 없어서도 아닌데, 그런 감정을 느껴본 누군가는 크게 공감의 손짓을 보낼 것이고 혹자는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길인데 그런 감정을 갖는 것조차 감정의 사치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1남 4녀의 막내로 언니들과 나이 차가 많아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언니들은 대학생 이어서 언니들이 즐겨 보는 어려운 인문학이나 철학책을 읽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줄곧 막내 같지 않게 애어른 같다는 말을 많이 듣고, 철도 일찍 들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막내라는 위치는 많이 외롭고, 환경적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막내는 항상 새로운 도전이나 기회가 미리 차단되는 경우가 있고, 안전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경험과 선택의 기회를 아쉽게 버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언니들과 나이 차이가 많아 함께 대화하고 공유할 기회가 적다 보니 혼자 책을 보거나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외로움에 익숙해야만 했던 이 모든 상황이 필자를 글쓰기 좋아하는 지금의 작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이지만, 혼자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한편으론 혼자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고 자립심을 기르게 한다. 혼자와 고독이라는 단어의 차이점은 익히 알고 있듯이 혼자(aloneness)는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하고 고독(solitude)은 주위에 사람이 많아도 느껴지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말한다. 혼자라는 순간은 분명 외롭겠지만 자신을 지켜주는 신앙이나 마음속의 구원자가 있다면 견딜 수 있다. 문득 자신이 혼자라고 느껴질 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너그러운 자연의 감싸 안음이 필요해서일까? 그런데 외로움을 느낄 때 그 누군가에 의지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거보다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하는 일을 이루면서 외로움을 날려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숭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타인에 대한 봉사를 열심히 실천하는 것도 혼자라는 생각을 걷어낼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좋은 날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고 남을 배려해서 피는 꽃”이라고 누군가 표현했듯 삶이라는 것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기에, 타인과의 조화 속에서 진정한 외로움을 느껴보는 것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결국 미래에 혼자 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 위해 가족을 갖게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늘나라로 이사 가는 순간까지 혼자보다는 누군가의 사랑과 아쉬움이 담긴 배웅을 받고 싶은 것이 나약한 우리네 솔직한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결국에는 누군가와 함께 동행 할 수 없는 혼자 가는 길이기에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고,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본연의 외로움은 고귀한 그 무언가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가족이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정말 외로운 것으로 공감과 공유가 없는 소통의 부재로 느끼는 외로움이 그 예이다.

그러나 살면서 자주 찾아오는 외로움이라는 친구를 승화시켜 멋진 예술작품을 출산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당신은 외로움을 벗 삼아 나름대로 인생을 멋지게 조각한 매우 근사한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 첫 번째 산을 오르는 삶은 나의 성공을 위한 삶이고,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삶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헌신의 삶을 말한다”는 ‘데이비드 브룩스’ 의 글을 통해 우리는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홀로 고난을 극복해야만 하는 외로운 여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지켜줄 따뜻한 집을 더불어 짓는 것이라 생각하면 결코 우리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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