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인적쇄신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텃밭만 지키고 있는 자유선진당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주당 중진의원들의 호남 물갈이와 영남권 출마로 ‘지역 기득권 포기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선진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기득권 포기 바람에 군불을 지핀 것은 중진의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정 최고의원은 전북 진안, 무주에서 네 번이나 의원 뺏지를 달았지만 일찌감치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호남 출신 3선인 김효석 의원도 10일 수도권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텃밭 탈출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북 출신 장영달 전 의원도 경남 함안 출마를 선언했으며, 지난 5월수도권 재선의원인 김영춘 최고의원도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 진구 갑 출마를 예고했다.
물론 이들 의원들이 나름대로 정치적 속셈은 있겠지만 지역구도상 불모지에 몸을 내던진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나라당도 표면적으로는 지역구도 탈출에 물고를 트기 위한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이미 원희룡 최고위원이 7·4전당대회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친박계 대표주자인 이정현 의원도 일찌감치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한나라당 호남발전특별위원장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호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했던 정용화씨도 내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의원들 역시도 텃밭인 영남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살신성인의 행보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행동 감행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충청 텃밭만 바라고 보고 있는 자유선진당 의원들이다.
정치 셈법이야 어찌됐던 지난 5월 이회창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변화의 물꼬는 열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밝힌 사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당 쇄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것과 이를 계기로 충청권의 결속과 외연 확대를 당부했다.
이어 선진당은 외연 확대를 위해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 충청권 세력 결집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사 심 대표와 이인제 의원만 선진당으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결국 도로선진당이라는 굴레는 벗을 수 없는 형국이다.
결국 자유선진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이회창 전 대표가 충청권에 얽매인 당의 한계에서 스스로 벗어나 수도권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
12일 선진당 모 지역 당협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또 한번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다면 나머지 중진의원들도 변화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선진당이 살 길은 오직 변화 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선진당 내 비례대표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역구도 타파에 선봉에 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선진당 내 상임고문인 조순형 의원의 경우 지난 2004년 민주당 시절 지역구토 타파를 위해 대구 수성 출마를 선언한 전력이 있고, 서울 출신의 이영애 의원 역시도 비례대표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 전 대표와 함께 수도권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어 중진의원들의 결단과 새로운 인재 영입에 노력한다면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관련 선진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인적쇄신과 기득권 포기 뿐”이라며 “충청권 통합이나 보수대통합 역시도 자기 희생없이는 불가능 하기 때문에 중진의원들부터 변화의 행동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인제 의원이나 심대평 의원이 당으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지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다는 승부를 던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도 기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인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