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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파레토 법칙(Pareto’s principle)과 롱테일 법칙(long tail principle)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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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0.11 14: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교수회의가 끝나고 난 뒤 마스크를 벗었는데 군데군데 땀범벅으로 피부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한데 마음도 머리도 함께 뒤엉켜 그나마 가을 정취에 취하고자 설레이었던 중년의 여유마저 지치게 한다.

오늘날, 조직사회에서는 상위 20%가 하위 80%를 먹여 살리며 일의 분배에 있어서는 조직원 모두가 함께라기 보다는 소수의 몇 명에 의해서 전체가 운영된다는 씁쓸한 시각이 있다. 즉, 파레토의 법칙은 소수의 엘리트가 집단 전체의 성과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판단은 왜곡된 엘리트 지상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품질 경영 컨설턴트인 루마니아의 조세프 주란(Joseph Juran)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 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의 이름을 따다가 ‘파레토 법칙’이라는 용어를 경영학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 말은 이탈리아의 불균형적인 부(富)의 분배를 지적하는 것으로써 통계학에서는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라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하는 확률분포 전문 용어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은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의 사람만 뼈 빠지게 일하고 나머지 80%는 금수저 흉내를 내면서 사는 듯하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우리 사회는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요사이 직장경력 30년 차를 훌쩍 넘은 나에게 학교 일이 여러 측면에서 나의 스트레스 용량을 늘리는 데 기여를 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변함없는 부분은 나의 착각인지는 모르나 파레토 법칙의 마술에 걸려 있는 듯 내가 속해있는 이 조직이 여전히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굴러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임진왜란 때 3대 대첩이 있었는데 한산도 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으로 기억한다. 한데 묘하게도 공통된 부분은 영웅과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행주대첩은 권율 장군과 민초들, 특히 이 싸움에서는 아녀자들이 긴치마를 짧게 잘라 허리에 두른 뒤, 거기에 돌을 담아 전쟁을 도왔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 ‘행주대첩’이란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주대첩에서는 김시민과 민초들, 한산도 대첩은 이순신과 민초들… 이 전쟁에서 후손들의 기억에 민초들의 존재가 의미 없는 관객이었고 투명인간이었다고 기억할까?, 1%의 영웅들만 기억할까?
‘하찮은’ 다수가 전체를 주도하는 ‘롱테일(long tail) 법칙’,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좀 더 살펴보면 롱테일 법칙은 2004년 10월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전체의 하위 80%가 상위 20%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법칙이다.

어찌 보면 우리 속담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과 찰떡궁합이 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우리네 삶에서도 사소한 부분일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쌓이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희망을 가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전체 결과의 대부분(80%)은 일부 원인(20%) 때문에 발생하고, 80%의 평범한 다수가 20%의 핵심 인재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낸다.파레토 법칙과 롱테일의 법칙은 모두 20%로 표현되는 소수의 엘리트와 80%로 드러나는 일반적인 다수와의 관계를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의미하는 내용은 정반대다. 먼저 파레토 법칙은 수는 적지만 뛰어난 능력을 갖춘 20%의 엘리트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고, 롱테일의 법칙은 일반적이지만 그 수가 훨씬 많은 80%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체들이 모여서 서로 다투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개체에 가장 좋은 전략은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다만 바람이 있다면 파레토이거든 롱테일이든 우리네 갑갑한 세상이 일상으로 복귀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물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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