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의 벤츠 승용차는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B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넘는 0.1% 이상이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차를 몰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음주운전 중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해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 인천지방법원은 실질 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동승했던 C 씨(47·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가해자들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다. 음주운전도 문제였지만 사고 직후 가해자가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영상을 보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내버려둔 채 차량 안에 머물렀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바깥에 나왔다. 이때 변호사와 통화하고 있었다고 한다.
구급차를 부른 것은 이들이 아니었다. 가해자가 119가 아닌 변호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호조치는 내 팽겨둔 채 변호사에게 법률적 자문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는 A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B 씨 딸의 청원 글이 사흘 만에 5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B 씨 딸은 청원 글을 통해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순간에 파탄 났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저간의 사정도 모른 채 주문한 치킨을 마냥 기다리다 항의하는 글을 올린 손님에게 B 씨 딸은 '손님분 치킨 배달을 가다가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라고 답글을 올렸다.
지난 9월 6일 오후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앞 도로를 달리던 소형 SUV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길가 약 4m 높이 철재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대낮에 술을 마신 50대 남성 B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수치였다. 때마침 사건 현장에는 햄버거를 사러 들어간 엄마가 나오기를 형과 동생 A 군(6세)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은 충격으로 땅에 묻힌 부분부터 뽑히면서 A 군을 덮쳤다. 가로등과 부딪힌 A 군은 의식 없이 쓰러진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 6월 22일 새벽에는 경기 시흥시 평택-파주고속도로에서도 2차로 정속 주행 중이던 한 차량이 사고를 당했다. 시속 190km로 달리던 음주운전 차량이 멀쩡히 달리던 앞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 피해 차량은 충돌 뒤 다시 가드레일과 부딪힌 후 몇 바퀴를 회전한 후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50대 부부 중 아내가 목숨을 잃었고 운전자였던 남편은 척추를 크게 다쳐 하반신을 못 쓰게 됐다. 23세 가해 차량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취소(0.143%) 수준 이상의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사회적 이목을 끄는 대형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부상자는 작년 1만 2093명에서 올해 12.5% 증가한 1만 3601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파 우려를 이유로 음주운전 단속 방식은‘일제 검문식’에서‘선별식’으로 바뀌었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만 골라 단속하는 방식이다.
그러자 1~3월 음주운전 사고가 작년 동기대비 24.4% 늘어난 4101건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음주운전은 본인은 물론 애꿋은 피해자에게도 큰 슬픔과 상처를 준다.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크나큰 범죄행위이자 살인행위다. 운전자는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아예 운전석에 앉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경고와 단속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