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교사에게 정치참여를 허(許)하라
[목요세평] 교사에게 정치참여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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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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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미카엘 드라포스는 현직 중학교 지리교사다. 사회당 당원이자 시의원 경력을 지닌 그는 지난 8월 세계적인 문화도시 프랑스 몽멜리에의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시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고용휴직이 인정되고 임기를 마치면 다시 교사로 복귀할 수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는 교사에게 정당가입과 정치적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교사 역시 기본법 제5조 1항의 일반적인 의사 표현의 자유와 제8조의 집회의 자유, 제9조 1항의 결사의 자유에 따라 정치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그로 인해 학교현장이 편향적인 정쟁의 장이 되었다거나 교사들이 정치활동으로 오염되었다는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국가공무원법(정치운동의 금지),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등에서 대학교원을 제외한 초중고 교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교사에게 정치활동을 불허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다.

정치적 자유를 대학의 교원에게는 허용하되 교사에게 불허하는 것도 차별이다. 교사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교육은 오염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질없는 상상일 수 있다.

교사는 성적의 조작이나 체벌, 성희롱 등 각종 행위에 대해 처벌과 징계를 받는다. 만약 발생할 수 있는 정치 편향의 행동에 대해 관련법을 제정하면 부정적인 행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건 상식이다. 아직 도입되지도 못한 정책을 놓고 이데올로기적 비난부터 하는 것은 논리적 억측이다.

교사의 인적자산을 정치적 자산으로 연계해 활용하는 유럽이라고 해서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어느 나라나 지방자치는 문제가 많다. 경제나 교육의 자립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는 그것을 기획하고 동시에 견제하는 인적자산의 확보에 있다.

시장이나 교육감, 시의원 등 주요한 인적자산에 비교적 고학력과 신뢰를 갖고 있는 교사들을 진출하게 하는 것은 청렴도 확보와 부패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정치활동을 자신의 사업이나 이익에 연계하는 풍토는 ‘그렇지 않은’ 집단을 개입시킬 때 방지될 수 있다.

시장과 시의원 일을 수행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교사에게 정치활동은 개인적 사업의 이익과 관계가 없는 일이고, 동시에 ‘교육의 정치적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말하자면 교사집단은 비교적 깨끗한 시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황금연못인 셈이다.

한국의 정치는 인적자원 확보에서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자신의 사업 확장에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거나 직업도 모호하고 거의 유복한 실업자 수준이어야 가능하다는 저간의 지적은 국제적으로 창피스런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관행은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잔재로 남아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선거운동 자유를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 개정을 권고했다.

국민 기본권 확대와 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국가공무원법이 교육공무원의 정당 설립 및 가입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현직 교사의 헌법소원에 대해 ‘그 밖의 정치단체’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정당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규정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모순된 판결이다. 이는 직진과 좌회전 동시 신호에서 직진은 허용하되 좌회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와 같다. 정부는 헌재의 판결을 수행하기 위해 한술 더 뜨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는 정당 및 그 밖의 정치단체의 범위”를 구체화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그 밖의 정치단체’를 ‘창당준비위원회, 후원회, 선거운동기구,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등으로 특정했다.

만약 공무원 개인이 속한 노조나 단체가 이 사항에 저촉이 되면 어찌되는가? 개정안에는 그에 대한 답도 없다. 한마디로 정치의 퇴행이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공무원 집단이 이용되었고 그로 인해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혐오증이 깊어진 배경이 있다.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의 ‘정치 감정’이다.

그러나 갈수록 나라의 경제는 피폐해지고 지방자치는 썩어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일반 공무원의 정치활동 불허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해도 교사집단마저 불허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교사만큼은 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진출하고 정당가입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썩은 물' 타령을 하며 한정된 ‘불신의 정치적 인적자산’을 갖고 정치를 지속하는 것은 자멸로 가는 길 일 뿐이다. 물론 교사집단이라고 해서 마냥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사에게 정치참여를 허용해 지방자치를 살린 선진국의 사례는 간절한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상식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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