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목격자
[문화속으로] 목격자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0.10.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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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 방의 선물’은 6살 지능의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딸의 세일러문 가방을 사러 갔다가 쓰러진 사람을 보고 심폐소생술을 한다. 그런데 목격자가 성추행했다고 증언을 해서 감옥에 가게 된 소재의 영화다.

실제로 춘천 정원섭 씨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니 목격자의 잘못된 증언으로 억울한 사람이 옥살이한 것이다. 또 최근에 개봉한 돌멩이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다. 8살 지능을 가진 남자 주인공 석구와 가출 소녀 은지는 좋은 친구로 지낸다. 비바람 치는 어느 날 은지가 감전사고를 당한다. 소녀를 구하려고 방으로 데려와 옷을 벗겼는데 그 순간 청소년쉼터 소장님이 그 광경을 보고 성폭행범으로 고발을 한다.

그동안 잘 지냈던 동네 주민들도 석구를 믿지 못하고 석구의 동네 친구들도 비난하고 폭행까지 한다. 심지어 신부님도 석구를 믿지 못하고 성폭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여워서 도와주려 한다.

영화를 보면서 쉼터 소장님의 소신에는 박수를 보냈다. 만약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 어떤 유혹이나 동정에 흔들리지 않고 성폭행범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쉼터 소장님은 석구가 은지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행동을 보고 성폭행 범인으로 믿는다. 직업 특성상 의심하는 시선으로 보고 은지를 보호하면서 고발하게 되지만 주인공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보는 것만 믿었던 센터의 소장님을 통해 우리가 사물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위의 두 영화의 내용처럼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건에서는 누군가의 목격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의 증언으로 풀리지 않는 사건이 해결되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접했다. 그러니 누군가의 정확한 눈이 정말 중요하다.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을 한다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영화 같은 주인공이 누구나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난주에 하게 되었다.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일요일 저녁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통행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도로는 한적했다. 그런데 봉고차 한 대가 계속 바싹 따라왔다.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고 따라오니 불편한 마음에 반대편 차선에서 차가 오지 않아 먼저 가라는 의미로 속도를 줄였다. 그런데 추월해 가지 않고 따라오기만 했다. 또 한 번 반대편 차선에서 차가 오지 않아 속도를 줄였는데 두 번째도 추월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속도를 내니 뒤차도 또다시 따라붙었다. 먼저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운전하고 왔는데 룸미러로 보니 우리 집 근처 아파트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도 위협적인 뒤 차 운전자 생각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저장되지 않는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경찰이라고 했다. 내 차량번호를 묻고, 소유자냐고 물었고, 직접 운전을 했는지 물었다. 그렇다 했더니 내 차가 많이 흔들려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며 좀 전에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번호판이 보였으면 내가 고발하고 싶었다며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아 위협을 느낀 사람은 나였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말하며 끊었다.

뒤에서 어떤 시선으로 나를 보았으면 음주 운전자로 믿었을까? 아마 내가 먼저 가라고 브레이크를 잡고 천천히 간 순간부터 의심했나? 내 운전 습관 중 하나가 중앙선 쪽으로 치우쳐서 운전하는데 그것도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또한, 저수지를 돌아오는 굽은 길에서는 자주 브레이크를 밟았으니 내가 음주운전이라고 믿었던 뒤차 운전자 보기에는 차가 출렁이는 것으로 보였을 수 있겠다 싶다.

졸음 운전자를 보면 정적을 울려 깨워주고 음주 운전자는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다. 꼭 이것뿐이겠는가? 아동 폭력, 노인폭력, 성폭력 등 사회적 약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일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음주 운전자로 몰리는 것은 속상했지만 우리 동네에 용기 있는 사람이 산다는 것으로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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