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유사한 스포츠 종목인 소프트테니스는 부드러운 고무공을 사용하는데 과거에는 연식정구라고 불리었다. 경기는 매우 박진감이 넘치고 스피디한 장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면 테니스 못지않게 재미있다. 특히 선수들이 고무공을 특성을 이용한 스메싱을 하여 공이 스핀을 먹게 되면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신비한 플레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국단위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에 가보면 관중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선수들과 코치, 관계자만 보이는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경기 중에 들리는 응원 소리는 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동료 선수들의 목소리뿐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어떻게 우리나라의 메달밭으로서의 전통을 유지해 왔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필자는 최근까지 약 3년 동안 충남을 대표하는 여자 소프트테니스팀의 단장을 맡아 팀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단장이 된 후 처음 경기장을 찾았을 때 관중이 전혀 없는 썰렁한 경기장 모습에 충격이 다가왔다. 순간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선수는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듣고 성장한다”는 어느 스포츠 해설자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 팀을 조금만 더 큰소리로 응원해 준다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팀 운영 관계 직원들과 지원방안을 논의한 결과 써포터즈를 구성하여 경기가 열릴 때마다 찾아가 응원을 상례화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곧이어 공모를 통하여 공식 써포터즈를 구성하였고 선수들과 써포터즈와의 상견례를 거쳐 운영해 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하여 기대한 만큼의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음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우리 팀은 선수들의 합숙소를 아파트형 주택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층간 소음문제로 선수들이 불편해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곧이어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는데 숙소의 면적을 늘려 준 곳도 아니었는데도 선수들과 코치진은 연신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듯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소속기관의 아주 작은 정성에도 감동한다. 우리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필자가 단장으로 재임 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유망한 선수를 잃었을 때이다. 어느날 우리 팀의 한 선수가 단장인 필자를 찾아와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국제대회에서 입상까지 한바 있는 20대 초반의 에이스급 선수였다. 은퇴 이유를 물어보니 겉으로는 잦은 부상에 따른 좌절감을 토로하였지만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단장인 필자로서도 해 줄수 있는 것은 없었고, 결국 선수는 팀을 떠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팀들은 대부분 지자체나 지방공기업 등이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억원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경영 규모가 영세한 지방공기업들은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눈치챈 선수와 코치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부담스러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경영평가 시 스포츠팀 운영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선수들도 소속기업의 경영에 기여하는 것이 되므로 마음 놓고 운동에 정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일정기간 동안 선수로 활동하고 은퇴할 경우 미래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를 제도화한다면 비인기 종목의 경기력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를 위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배려가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