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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넋두리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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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08 13: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요사이 부쩍 사람들이랑 만나면 쓸데없이 말이 많아진다. 무언가 불안하고 화가 나는데 언텍트 사회 분위기 탓에 나의 넋두리를 들어줄 대상자를 만날 수 없어서 수시로 주제를 바꾸어가며 주저리, 주저리 거침없이 쏟아내는 나의 수다스러운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스트레스가 많은 조직사회에서는 건전한 정신세계 유지를 위해서 최소한의 수다 혹은 넋두리는 나의 경험상 반드시 필요하다. 넋두리에 대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억울하거나 불만스러운 일 따위가 마음속에 있을 때 하소연하듯 길게 늘어놓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본래의 뜻은 무당이 죽은 사람의 말을 대신해주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무당이 푸닥거리를 하면서 죽은 사람의 혼을 끌어내고 끌어낸 그 혼의 이야기를 무당이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즉 죽은 영혼의 한을 풀어주는 의식의 의미로 사용되어 지는 것이 넋두리이다.

2020년 올해는 곳곳에서 다양한 넋두리들이 판을 친다. 나라 전체가 굿판을 벌여야 할 판국이다. 개인적으로 만화책을 참 좋아하는데 언젠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한국 귀신과 일본 귀신의 차이점에 대하여 아는 사람’아무도 없었다. 해서 질문을 내가 했으니 정답도 당연히 내 차례이었다. ‘정답은 한국 귀신들은 한(恨)이 하도 많아서 무당의 천도재를 통해 그 한(恨)을 풀어주면 귀신들이 하늘나라로 간단다. 한데 일본 귀신들은 원래 일본이 섬나라이라서 음기가 강하다고 해. 그래서 일본 귀신들은 원 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음양사나 퇴마사들이 원귀(寃鬼)들을 봉인하거나 소멸시킨다고 하더구먼. 출처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본 ○○만화책!!’간만에 학생들과 함께 눈물 나게 신나게 웃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장기화로 우울감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코로나 우울’현상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2020년 4월과 6월, 9월에 전국 성인남녀 총 5256명(누적 조사대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우울'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각각 54.7%, 69.2%, 71.6%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이러한 결과는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에게는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도 필요하지만, 넋두리를 받아줄 기관과 사람이 포함된 심리적 방역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증(Blue)의 합성어로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 및 육체적 불편감을 느끼는 증상을 의미한다.

물론 정부에서는 '코로나 19 통합 심리지원단'을 통해 감염병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내용을 만들어 매스컴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책, 명상, 홈트레이닝, 취미생활 갖기 등 교육내용 중 핵심은 대부분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하고 있다. 해서 나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넋두리 대상을 반려식물로 결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충분한 지식 습득을 위한 공부를 하였었다.

다육식물 종류 중 아파트에서 키우기 쉽다는 하월시아 종류 5개를 올 5월에 구입했었다. 그 당시에는 가장 우아한 놈들, 이쁜 얼굴들을 선택하였었고 비싼 금액을 들여 양지바른 나의 서재로 모셨는데 벌써 두 분께서 승천하셨다. 오히려 반려식물을 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해져 출근해서 강의 자료를 보는데 사망한 다육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스스로 나의 우울증 진단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Zung의 우울증 자가 평가표를 체크해보았다. 만약 합산한 점수가 50점이 넘으면 우울증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그때에는 정신과 전문가와 심리상담을 해야겠지… 에고, 다행히도 합산점수가 12점일세!!

학과 교수님들 몇 분이랑 간만에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증상이 나보다 좀 더 심하신 분이 한 분 계시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내심 안심되었다. ‘계속해서 집콕을 했더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겨! 그래서 요사이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인테리어 소품이랑 건강식품을 엄청 구입했는데 애들도, 남편도 너무 싫어하네!!’

차라리 답답하고 우울할 땐 가을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자! 햇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차단하지만, 역으로 몸에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는 촉진한다. 그러면 신진대사 활동은 증가하고 뇌 움직임도 빨라지면서 스트레스는 감소하여 코로나 우울증도 사라질 것이며 넋두리 필요성도 조금은 감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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