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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오작교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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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09 11: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 수필가
이혜숙 수필가
소를 끌어 농사를 짓는 견우와 베를 짜 옷을 짓는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지 못하다가 칠석에만 까마귀와 까치가 놓아 준 다리에서 만난다는 다리 오작교. 음력 칠월 칠석 저녁에 견우와 직녀를 서로 만나게 하려고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모여 자기들의 몸을 잇대어 만든다는 전설상의 다리.

견우직녀 이야기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다른 나라에서 같은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래전부터 서로 교류하다 보니 공유하는 이야기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연인의 마음은 얼마나 절절했을까. 일 년 동안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오직 연인을 만나는 날만 고대하지 않았을까.

어릴 적 칠석날이 되며 동네서 머슴으로 농사일을 돕던 사람을 쉬게 하고 영화관에 가게 하는 것을 보았다. 그날만큼은 데이트하라는 주인의 배려였던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오작교가 되었다. 우연히 선남선녀를 위해 기꺼이 오작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다들 연애결혼을 하는 것 같은데 의외로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주관이 뚜렷해서 무슨 일이든 추진도 잘하고 뜻대로 풀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만나기만 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 같아 양쪽 부모들에게 밀어붙였다. 맘에 없다면 모르지만 서로 마음에 있다면 미루지 말라고.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가는데 뭉그적거리면 2세가 늦는다며 다그쳤다.

그러기를 몇 번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연이 있었던지 둘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소개해주어 감사하다며 식사대접을 하겠단다. 부부인연은 천생의 연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둘이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예쁜 한 쌍의 원앙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30년 넘게 산 사람들이니 서로 맞추어 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두 사람을 위해 법륜 스님의 말씀을 전해주었다. 내가 요만큼 해 주었으니 너는 나보다 더 많이 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상대가 요만큼 해 주었으니 내가 더 많이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20대의 철없는 나이에 결혼했고 누구도 좋은 말을 해 준 사람도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 너희들은 30대 중반이니 철도 들었을 테니 현명하게 잘해나가리라고 했다. 작은 소리로 저희도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양쪽 부모를 다 아는데 너희들이 잘살아야 오작교 노릇을 한 내가 보람이 있을 거라며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예쁘게 살라고 했다. 오작교 노릇을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하면 뺨이 세대라고 했는데 잘 살아서 술 석 잔을 얻어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옛 모습을 돌이켜본다. 지금 생각하면 철도 없는데 왜 그렇게 어른스러운 척 행동했을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한 것 같다. 충청도에서 멀리 포항으로 시집가면서 혼자 결혼 준비를 했다. 엄마가 아파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함께 할 수 없었다. 살림살이며 혼수까지 씩씩하게 해나간 것 같다. 돌이켜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스스로 어른인 척, 강한 척, 그렇게 새로움에 도전했던 것 같다.

요즘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참 부럽다. 부모와 함께하고 부모찬스도 받으며 기댈 수 있는 젊은이들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샘이 나기도 한다.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인가. 예쁘게 사랑하고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해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늘 부럽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자유를 속박당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삶이 녹록지 않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로애락을 느끼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묘미를 거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혼을 하고도 2세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단다. 둘만의 사랑으로도 이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데 만만치 않은 경제력의 필요 때문일까. 아이들을 키우며 더 많은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까. 아이로 인해 겪는 삶이 정신적 성숙과 희생정신도 배울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2세까지 계획하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게 나의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기들과 단란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행복하다. 세상의 모든 축복이 그 둘의 머리 위에 내리길 기도한다. 까치와 까마귀처럼 내가 만든 다리를 밟고 만난 둘의 행복을 기도하는 내 눈에 들어온 예쁜 젊음이 가득한 밝은 빛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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