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 이야기는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에 전해지는 전설이다. 다른 나라에서 같은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래전부터 서로 교류하다 보니 공유하는 이야기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연인의 마음은 얼마나 절절했을까. 일 년 동안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오직 연인을 만나는 날만 고대하지 않았을까.
어릴 적 칠석날이 되며 동네서 머슴으로 농사일을 돕던 사람을 쉬게 하고 영화관에 가게 하는 것을 보았다. 그날만큼은 데이트하라는 주인의 배려였던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오작교가 되었다. 우연히 선남선녀를 위해 기꺼이 오작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다들 연애결혼을 하는 것 같은데 의외로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주관이 뚜렷해서 무슨 일이든 추진도 잘하고 뜻대로 풀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만나기만 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 같아 양쪽 부모들에게 밀어붙였다. 맘에 없다면 모르지만 서로 마음에 있다면 미루지 말라고.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가는데 뭉그적거리면 2세가 늦는다며 다그쳤다.
그러기를 몇 번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연이 있었던지 둘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소개해주어 감사하다며 식사대접을 하겠단다. 부부인연은 천생의 연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둘이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예쁜 한 쌍의 원앙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30년 넘게 산 사람들이니 서로 맞추어 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두 사람을 위해 법륜 스님의 말씀을 전해주었다. 내가 요만큼 해 주었으니 너는 나보다 더 많이 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상대가 요만큼 해 주었으니 내가 더 많이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20대의 철없는 나이에 결혼했고 누구도 좋은 말을 해 준 사람도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 너희들은 30대 중반이니 철도 들었을 테니 현명하게 잘해나가리라고 했다. 작은 소리로 저희도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양쪽 부모를 다 아는데 너희들이 잘살아야 오작교 노릇을 한 내가 보람이 있을 거라며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예쁘게 살라고 했다. 오작교 노릇을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하면 뺨이 세대라고 했는데 잘 살아서 술 석 잔을 얻어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옛 모습을 돌이켜본다. 지금 생각하면 철도 없는데 왜 그렇게 어른스러운 척 행동했을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한 것 같다. 충청도에서 멀리 포항으로 시집가면서 혼자 결혼 준비를 했다. 엄마가 아파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함께 할 수 없었다. 살림살이며 혼수까지 씩씩하게 해나간 것 같다. 돌이켜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스스로 어른인 척, 강한 척, 그렇게 새로움에 도전했던 것 같다.
요즘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참 부럽다. 부모와 함께하고 부모찬스도 받으며 기댈 수 있는 젊은이들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샘이 나기도 한다.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인가. 예쁘게 사랑하고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나도 그렇게 해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늘 부럽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자유를 속박당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삶이 녹록지 않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로애락을 느끼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묘미를 거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혼을 하고도 2세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단다. 둘만의 사랑으로도 이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데 만만치 않은 경제력의 필요 때문일까. 아이들을 키우며 더 많은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까. 아이로 인해 겪는 삶이 정신적 성숙과 희생정신도 배울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2세까지 계획하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게 나의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기들과 단란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행복하다. 세상의 모든 축복이 그 둘의 머리 위에 내리길 기도한다. 까치와 까마귀처럼 내가 만든 다리를 밟고 만난 둘의 행복을 기도하는 내 눈에 들어온 예쁜 젊음이 가득한 밝은 빛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