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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화와 칼을 회상하며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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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12 10: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대학생 시절에 처음 읽었던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인 베네딕트는 미국의 여성 문화인류학자이다. 그녀는 이 책 속에서 1940년대 당시 일본문화를 움직이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일본을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으며, 따라서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확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분석력은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미국정부에서 일본에 대한 전후처리의 정책방향성을 명확히 세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사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미국정부가 미국을 침략하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추진했던 국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국책 프로젝트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일련의 연구 활동에 의한 중간 보고서들이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제출되었으며, 그러한 보고서들을 편집하여 종전 이듬해인 1946년 이 책이 출간되었다.

1944년은 이미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시기였다. 따라서 미국 정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종전 후 패전국 일본에 대한 점령 통치 및 재건 방안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얻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전범국가 일본의 호전적이며 침략적 근성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제거함으로써, 다시는 미국과 이웃국가들의 안보에 위협요소가 되지 못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이 책에서 베네딕트는 그 핵심적 원인을 두 가지로 보았다. 그 것이 바로 두 개의 절묘한 상징적 단어로 표현된 제목인 국화와 칼이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황색은 황제의 색깔이다.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 이후 역대 중국의 황제들은 모두 황색의 복장을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황색 국화는 바로 일본의 왕을 의미한다. 일본 왕실의 문양이 바로 황색 국화이다. 칼은 바로 이 황색 국화에 충성을 다 바치는 무사계급이다. 칼은 또한 일본의 호전적인 전통문화 속에서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일본의 역사를 상징한다.

바로 이렇게 국화와 칼로 상징된 일본 왕과 무사계급이 주도하는 일본 전통의 호전적 문화가 1941년 크리스마스 직전 미국의 영토인 하와이를 공습하고 태평양 전쟁을 주도했던 두 핵심 요소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왕(국화)에게 죽음으로 충성을 맹세한 카미가제 특공대(칼)가 일요일 오전 7시 경 하와이를 침략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앞으로 약 20만 명의 미군과 미국 일반인을 희생시킨 태평양전쟁의 서막이었다. 또한 이는 2차 세계대전의 전선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태평양까지 확대된 것을 의미하였다.

태평양 전쟁 당시 왕을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기꺼이 바치는 왕에 대한 병사들의 광기어린 충성심! 서양의 전통적인 왕과 기사 또는 상사와 부하 간의 쌍무적 계약문화 속에서 살아온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문화구조였다.

이에 미국은 종전 즉시 일본 주둔 점령군 사령부를 통하여 이 두 가지를 모두 뿌리 뽑고자 하였다. 일본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천황제와 일본군대를 폐지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천황제 폐지는 보류하였으나, 2차 대전 당시 약 6백만 명의 병력에 달했던 일본 군대는 즉시 폐지되었다. 그 대신 약 20만 명 남짓으로 이루어진 자위대를 창설시켰다. 또한 일본 헌법을 개정시켜, 자위대의 전쟁 참가를 아예 헌법에 의해 금지시켜 버렸다. 또한 호전적 문화를 제거하기 위해 일본 전통 검도와 궁도를 금지시켰다.

이러한 미국 점령군에 의해 주도되었던 일련의 일본 전후 복구 과정은 바로 베네딕트를 통해 미국 정부가 주도했던 국가적 프로젝트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혹자는 국화가 연약한 꽃이니까 일본문화의 예의바른 겉모습인 다테마에로, 칼을 일본인들이 마음 속에 숨기고 있는 진심인 혼네로 해석한다. 그러나 나는 견해를 달리한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전쟁원인 제거라는 목적성이 매우 뚜렸한 미국의 국가적이며 거시적인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미국정부가 국비를 들여가며 단지 모호할 수 있는 일본인들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알기 위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국가정부 차원에서 추진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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