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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그녀들의 연대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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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16 14: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 성격검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우리세대는 상대방이 궁금하면 혈액형이 뭐냐고 물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MBTI 유형이 뭐냐고 묻는다고 한다. 나도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이라는 과목을 강의 하면서 칼 융(karl Jung)이 나오는 부분에서 학생들과 함께 테스트를 해 본적이 있다. 나는 INFJ형이다. ‘자기 안의 갈등이 많고 복잡하다. 타인에게 상처를 받거나 거부당하는 것에 민감하다. 조직과 인류의 이익 및 화합을 추구하는 이타적인 성격이다. 외로움을 잘 타고 고독을 즐긴다. 가장 흔치 않는 유형으로 전 세계 인구의 1%로도 안 되는 가장 알 수 없으며 설명하기 힘든 유형이다’ 등의 말로 INFJ형을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 성격 검사가 학문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100%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대방을 파악하고 서로 맞춰가는 것에 쓰인다면 꼭 쓸모없다고 치부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감정적으로 힘든 며칠을 보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센치멘탈 때문이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며 깊이 침잠하는 시간들이었다. 내 성향 때문인지 자주 동굴 안에 들어가지만 이번에는 그 시간들이 길었다. 최선을 다해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자꾸 태클을 걸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일에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 ‘내가 죽던 날’을 보고 내 동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최근 여성의 연대를 주제로 한 영화가 몇 편 상영되었다. 그 중 ‘밤쉘’를 보았고 ‘미스비헤이비어’를 보았으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 ‘내가 죽던 날’을 보면서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내가 죽던 날’ 첫 번째 주인공 소녀는 비리를 저지른 아버지의 중요한 증인이다. 더 나올 것이 있을 것을 기대한 검찰이 소녀를 섬으로 보낸다. 그 소녀가 유서 한 장만 남기고 절벽 끝으로 사라진다. 두 번째 주인공 형사 현수는 이 소녀를 추적한다. 이 형사 또한 남편이 바람을 피워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상처와 고통 절망의 순간을 빠져 나오고자 사건을 맡는다.

세 번째 주인공 순천댁은 전신마비 딸을 돌보다 그 고통에 자살을 한 동생 사건에 충격을 받아 농약을 마시고 말을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전신마비 조카를 입양해 돌보고 있다. 3명의 주인공 모두 자신들과 관계된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본인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잘못 이라고 생각하며 육체는 죽지 않았으나 믿음이 없어지면서 정신적으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섬에서는 cctv를 설치해 소녀를 감시하고 누구도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는다. 그 외로운 섬에서 소녀가 느낀 절망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형사 현수는 섬에 들어와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 소녀를 ‘실종 사망’으로 보고서를 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영화는 소녀의 상황을 접하고 보고서를 쓰기 위해 증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소녀가 겪었을 고통과 외로움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순천댁이 ‘인생이 네 생각보다 길어’ 하면서 안주하려는 소녀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한다. 순천댁과 소녀사이의 감추어진 진실, 3명의 여성이 어떻게 연대하고 각각의 상처에서 벗어나는지 보여주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형사 현수가 외국의 한 바닷가에서 소녀와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여행의 해답을 찾았다는 말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최근 들어 ‘벌새’ ‘69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내가 죽던 날’등 여성감독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세상, 여성의 차별, 여성의 연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많은 여운을 남긴다. 앞으로 개봉될 여성감독들의 작품도 많다. 당분간은 여성감독의 작품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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