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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식이 통하는 언품(言品)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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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15 16: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이웃과의 조화와 어울림이지 결코 단절과 외면이 아니다. 요즈음 돌아가는 정세를 볼라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파에 휘둘려 극단적인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한다. 최근 지상파에서는 ‘막말’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말하는 사람의 인격은 고사하고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한다. 심지어 국민들의 본이 되어야 할 높은 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상식을 넘어 궤변에 가깝다. 부메랑이 되어 발등을 찍는가 하면 자기 말의 파편에 직격탄을 맞기도 한다. 대다수 성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우리가 하는 말을 통해 사랑이 전해지고, 존중하는 마음이 전해져 힘을 잃었던 사람들이 힘을 얻고, 상처 속에 살던 사람들이 위로를 얻는다면 얼마나 복된 일일까?

글을 통한 재난을 필화(筆禍)라 하듯이, 말로 인한 재앙을 설화(舌禍)라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구설수(口舌數)’를 크게 경계하였다. 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인물 평가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중시하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정치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코로나19를 대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역겹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인향(人香)은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그렇다. 말은 마음을 담아내는 마음의 소리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어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오게 된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지혜롭게 입을 닫아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말에는 또한 건축물처럼 각이 있고 칼라가 있고 온도가 있다. 골조와 외부와 맵시가 있다. 이렇듯 숙성되고 정제된 말의 적당한 온도는 체온과 같이 따스한 말이다. 그런 말의 언품(言品)은 아름다운 건축물처럼 만인이 품고 싶은 대상이다.

말은 입안에서 입술을 열고 나오기 때문에 혀를 굴릴 때부터 다듬어야 한다. 뼈가 있는 말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니 잘게 씹어서 연하게 해야 한다. 말에 베인 상처는 날카롭고 깊어 치유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자주 탈이 나고 전염성이 강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일지라도 순식간에 수천 명의 귀로 들어가 수만 명의 입으로 전해진다. 말은 견고한 바퀴가 있어 굴러가길 좋아한다. 어디든 굴러가다 말의 바퀴에 이물질이 달라붙는다. 구르는 말은 자꾸 부풀려지고 가시밭길로 굴러간 말은 많은 상처를 입는다. 말 한마디가 이토록 불씨가 된다면 세상에 토해내기 전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되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만추를 느껴보자. 어차피 삶은 끊임없이 길들여야 하고, 가을은 그 자체가 사유(思惟)이다. 숲의 나무들이 매달고 있던 나뭇잎을 곱게 물들여 지니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에 상처 없이 내려놓는 것을 보면 나무들이 말은 없으나 더없이 사색적이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말을 중시하며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 말씀 언(言) 자를 들여다보면 한일자가 네 개 있고 입 구(口) 자가 있는 것은 입으로 말하기 전 적어도 네 번 생각하라는 뜻이 아닌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술모임에다 세미나, 각종 평가위원회, 테니스 모임 등 다수의 다양한 만남이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제된 발언이 요구된다. 자신의 주장만 하다보면 시간이 낭비되고 어떤 결과물 얻기도 힘들다. 하물며 종종 만나는 친구들의 모임에서야 격의 없는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가는 모임이다. 그런데도 잠잠히 있으니 한 친구가 나를 지목하며 ‘정 박사는 아무 말도 없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나 역시 말실수의 덫에 걸려 넘어지는 일들이 두려워 침묵의 가치를 믿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잊는다는 것이다. 급하게 대답하는 것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그만큼 인격은 성숙해진다.

우리는 삶 속에서 긍정이 가져오는 힘이야말로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일이 잘 풀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잘 풀리고, 안 풀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풀리는 것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차이이다. 긍정에는 기본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에 의하여 추진하는 일에 목표를 설정하여 언제까지 그 일을 성사시킬 것인가. 계획에 의해 추진하면서 일에 동력이 생기고 자신감을 얻어 가능하다는 인정을 갖게 된다.

긍정의 힘에 무엇보다 근간이 되는 것이 긍정적인 말이다. 상대를 질책하는 말이라도 우회적으로 표현하여 상대방이 듣기 좋게 말한다면 상대방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잘못을 하였다 하여 직설적으로 화를 내며 심한 말을 한다면 상대방은 오히려 반감이 생겨 원망하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말의 힘은 상대를 이해하며 닫힌 마음을 열고 용기를 일깨우며 서로 승리하는 결과를 도출해 낸다.

긍정의 힘에는 심리적 요소가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낙관주의와 냉소적 적개심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비교 연구한 결과, 낙관적 여성들이 심장질환 발병 또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비관적인 여성들보다 낮다고 한다. 반면 타인에 대한 불신 등 냉소적 적개심이 높을수록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증가한다고 한다. 이처럼 낙관적인 마음가짐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성공까지 이어주는 열쇠와 같다. 말을 아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면 우리의 삶도 풍성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서양속담에 ‘말로 인한 상처가 칼에 베인 상처보다 더 깊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빈부, 지역, 계층, 이념 갈등이 심한 곳에서 대부분 갈등은 말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사용은 모든 예절의 기본이다. 막 말, 거친 말, 차별적이고 계급적인 말의 사용을 자제하고, 공손한 언어사용으로 소통하며 상식이 통하는 언어의 품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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