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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한글 못 떼고 초등학교 입학한 둘째, 코로나19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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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26 15: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정현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11월도 하순으로 들어가면서 방송에선 모 대학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필자의 아이들은 여전히 출석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첫째 아이는 지난달에 중간고사 준비를 잘한 덕분에 본인 생각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둘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첫째와는 달리 한글을 떼지 못한 상태에서 입학했다. 3학년인 지금도 글을 쓸 때 띄어쓰기나 쌍받침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 쓴 글을 같이 보며 고쳐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둘째의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해 공부가 점점 재미없어지고, 2학기 때는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어지러워 학교 가기 싫다고 하고, 겨우 달래 학교에 보내면 공부 시간에 어지러워 다음에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1학년 여름방학 하는 날에 담임 선생님께서 둘째의 한글 공부를 위해 교육청에서 만든 한글 교재 하나를 보내주셨다. 아이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잘못하니 여름방학 때 집에서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둘째를 데리고 여름방학 동안 매일 조금씩 한글 공부를 하였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의 집중력이 5분을 넘지 못했다. 한두 글자를 쓰고 시계를 보고, 또다시 한두 글자를 쓰고 시계를 보며 언제 끝나냐고 묻고, TV에서 나오는 만화를 보고하면 안 되냐고 묻고, 좀 놀고 하면 안 되냐고 묻고, 공부하기 위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둘째에게는 12월 초에 넘어야 할 큰 산인 교육청 주관의 기말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은 국어와 수학이고, 그 당시 두 과목의 평균 점수가 90점 이상이 되면, 학교에서 상장을 주었다.

둘째는 9월 하순쯤에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험을 보았는데, 국어 45점, 수학 55점을 받았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 남은 3개월 동안 평균 90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필자의 머릿속은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그래도 첫째 때처럼 아이와 함께 시험공부 계획을 하고, 같이 공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10월이 지나면서 둘째의 어지러움은 더 심해졌다. 12월 교육청 주관의 기말평가를 위하여 학교에서는 매일 시험을 보았고, 받아쓰기도 하였고, 그리고 집에서는 필자와 함께하는 공부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한글 읽기와 쓰기가 잘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되었다. 필자의 생각으로 둘째의 어지러움은 아이가 한글 읽기와 쓰기가 잘 안되어 생기는 공부의 스트레스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모를 뇌 기능의 이상을 찾기 위하여 의학적인 검사를 받았고,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와 둘째는 기말평가 시험공부 방법을 국어는 읽기 위주로 수학은 틀린 문제를 반복하여 푸는 형태로 바꾸었다. 공부 방법을 바꾼 이유는 부모의 측면에서 보면 작은 목표이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리해서 아이에게 공부시키면 아이는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둘째의 기말평가 결과는 국어 65점, 수학 90점이 나왔다. 수학 점수가 높아진 이유는 문제에 한글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둘째는 이번 시험 결과를 통해 아빠와 같이 공부하면 모르는 것이 줄어들고,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 그리고 시험점수가 올라가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필자는 둘째의 학습계획을 첫째와는 달리 단기 계획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야 한다는 것, 특히 한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둘째는 1학년 겨울방학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열심히 놀며 보냈다.

둘째의 2학년 담임 선생님은 1학년 선생님보다 아이들의 기초학력 향상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특히 읽기와 쓰기로 일주일마다 단계별 받아쓰기, 국어와 수학은 매 단원이 끝나면 꼭 단원평가를 보았다. 필자와 둘째는 첫 번째 국어와 수학 1단원 평가에서 시험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 시험을 보기로 약속하였다. 그 이유는 아이에게 다른 친구들보다 낮은 점수로 인한 학습의 위기감과 이로 인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필자의 관점에서 아이의 최저점은 얼마인지 알아야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학습계획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첫 번째 단원평가에서 국어 45점, 수학 70점을 받았다. 필자가 둘째에게 시험지를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 묻자 아이는 “공부를 해야겠어! 옆에 친구의 점수는 나보다 높아”라고 하여 공부에 대한 동기가 생겼음을 확인하였다. 그 후부터 둘째와 학습계획은 다음과 같이 하였다. 첫째, 평소 공부를 규칙적으로 하지 않고 집중력이 낮은 아이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국어 30분, 수학 30분 정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매일 공부할 내용을 지정해 주었다. 둘째, 아이가 공부한 내용을 검토해 주었다. 개념은 잘 이해했는지, 틀린 부분은 무엇인지, 몰라서 틀린 것인지, 실수해서 어이없이 틀린 것인지, 문제를 잘못 읽어서 틀린 것인지 정확한 구분이 필요했고, 아이에게 왜 틀렸는지 설명해주었다. 아이와 검토 시간은 30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면 30분 정도 쉬고, 다시 하였다. 틀린 곳이 어떤 부분인지, 얼마만큼 틀렸는지 알면 아이가 선생님의 수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둘째의 경우 문제의 10% 정도는 어이없이 실수해 틀리고, 선생님의 수업 이해도는 약 70%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학부모 상담 기간에 선생님과 상담하면 아이의 공부 방법이나 습관 형성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셋째, 단원평가 전날에는 그동안 틀린 문제만 공부하였다. 이렇게 공부한 결과 5월 중순부터 국어는 85점 이상, 수학은 80점 이상이 2학기 말까지 꾸준히 지속되었다. 넷째, 단원평가를 본 후 필자는 둘째와 함께 틀린 문제를 살펴보면서 틀린 이유를 점검하였다. 아이가 틀린 이유를 스스로 알아야 다음 단원 공부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한글은 일기와 독서통장 쓰기로 일부 보완하였다.

이러한 둘째의 매일매일 노력은 사교육 없이 2학년 때 공부하는 학습 습관이 일부 형성되었고, 꾸준히 공부하면 점수가 잘 나오면서 지난번 단원평가와 비슷한 점수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도 알아 학습 동기 유지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글도 학교에서 받아쓰기 연습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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