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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운수 좋은 날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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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30 14: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살면서 지난날을 회상할 때 과연 운이 좋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존재하는지 독자에게 묻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는 지난날 그다지 큰 행운이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운이 없는 사람으로 오랜 시간 낙인 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그게 어쩌면 자신의 현실을 정당화하고 변명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자신에게 큰 불운이 발생한 게 아니면 나머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나도 확실한 큰 행운을 바라기 때문에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별로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로또 당첨이나 지금 살고 있는 부동산 급등, 구입한 주식 가격 큰 폭 상승 등에 관한 얘기치 않은 행운이 주위 사람에게는 발생하는 데 나만 예외인 거 같아 때때로 불만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을 제외한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잘 나가고 잘살고 있는 듯 생각하기에, 본인은 패배감에 휩싸여 불만 속에 살면서 타인에게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사람도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은 한 편으로 좋은 일이 생기면 때로는 좋지 않은 일도 생기는 법으로 항상 한 사람에게 행운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행운과 불운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뜻인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살면서 “자신은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을 박복하다.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불행하다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방 한 칸에서 불편하게 살아도 즐겁게 긍정적인 사고로 사는 사람도 있다.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보다 넉넉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거 같아 때때로 그들에게 존경심도 생긴다,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사람이 부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보다 훨씬 성공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걸 보면, 모든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베푸는 사람이 이기적인 사람보다 두 배 오래 산다”고 한다. 즉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이 몸을 건강하게 해주어 수명까지 연장해 준다는 뜻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것도 행복하고 좋지만, 베풀 때의 기쁨은 받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뇌 좌측의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외국 연구 사례를 보면서, 외부로부터 운이 좋게 찾아오는 행운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 각자의 살아가는 정신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이웃과 공감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오늘이라면 우리의 삶은 운수 좋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대단한 부귀영화가 아니더라도 지난날이 특별히 굴곡진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름대로 선방했고 훗날 운이 좋았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금이 아름다운 것을 알게 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독일 속담처럼, 과한 욕심을 버리고 평범함 속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오지만, 그 아침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각자마다 다를 것이다. ‘삶은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내일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 열심히 살면, 우리가 살아온 모든 시간은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연말이 곧 다가온다. 모두가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잘 견디고 있고 견뎌야만 한다.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 결산서가 우리 모두에게 운수 좋은 날로 점수 매김이 되면, 작은 행복의 꽃바구니를 가슴에 안게 되는 소중한 연말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올해가 큰 탈 나지 않은 운수 좋은 한 해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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