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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 속에서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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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03 14: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제는 올해도 벌써 12월에 접어들었다. 겨울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이미 한해살이풀들은 몇 차례 서리를 맞은 뒤 시들어 축 쳐져 버렸다. 어쩌면 내년에 자라날 후손들을 위해 거름이 될 준비를 이미 마친 것이다. 또한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 속에서 우리가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수많은 한해살이 작은 생명들이 사그라져 간다. 이러한 한해살이 곤충들이나 식물들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인간이 느끼는 100년과도 같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명들은 한 해 12월의 마지막 날까지 버티지 못한 채 10월 말부터 11월, 그리고 12월 초순이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 사라진다. 지구라는 같은 공간 속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갔지만,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와 이러한 작은 미물들이 느끼는 시간은 어쩌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한해살이풀들과 벌레들은 1년 동안 탄생과 성장, 번식, 사멸의 주기를 모두 마친다.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여 대부분의 생명들이 이러한 주기를 잘 마치고 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마치 누군가가 만든 것처럼 완벽하고 빈틈없이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완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이면 어김없이 다시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고 땅 속에서는 새싹이 자라 대지를 푸르게 만든다. 이것은 자연의 어김없는 순환이며, 생명의 주기이다.

인간은 문화와 문명을 만들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그 주기를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오십 년, 백년 등으로 세분화 시켰다. 이제 올해도 12월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그리고 거의 다 지난 올해의 마지막 부분을 접하며 나는 왠지 무언가 아쉬운 듯, 약간은 초조한 듯, 그리고 아직도 올 해에 대하여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하지만 그러다가도 연말이 지나 내년 새해가 다가오면 가득 새로운 시간을 비축한 것 같고, 여러 가지 결심들이 새로 설 것이다. 물론 년 초에는 그토록 강철처럼 때로는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결심들이 오래 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끊임없이 시간도 가고 인생은 가는 것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다가오는 결정과 선택의 기로 속에서 운이 좋을 때는 때로는 나 자신이 현명한 듯 착각하기도 하고, 운이 나빠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자책할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 해를 살다 가는 작은 벌레들이나 풀들처럼 자신의 본분을 다할 수 있다면 그리 크게 문제될 일도 없을 것 같다.

올해의 12월에 이르러, 일 년을 백 년처럼 살다 가는 작은 곤충들이나 한해살이풀들의 모습 속에서 이제는 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올해의 마지막 남은 시간들도 열심히 살아 나가자.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덧 2021년 새해가 밝아오고, 매년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롭게 시간이 충전됨을 느낄 것이다.

12월이 되니 아쉬운 감정이 든다. 사실 이것도 습관처럼 반복되는 감정이다. 올해가 거의 다 가니 왠지 반성하고 더 느끼고, 그 속에서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만 같은 약간의 의무감 비슷한 것도 생겨난다. 해마다 이맘때면 갖게 되는 것들이다. 과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부지런하고 원하는 대로 더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물론 내 개인적인 삶의 흐름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나선형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며 전진하는 것처럼, 예년과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으며,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발전한 모습을 갖고자 노력해 나갈 것이다. 아, 이제 조금 있으면 한 살 더 먹는구나!!! 연말의 이 시간 속에서 마음이 조금은 짠하고 거시기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하여 겸허히 반성하고 명상하는 기회를 가져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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