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존 달리(John M. Darley)와 댄 베이트슨(Dan Batson)은 이런 실험을 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은 이러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정을 확인하는 실험이다. 사제가 되려는 신학교 학생들이 실험대상이었다. 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각 그룹은 시차를 두고 다른 건물로 옮겨 가서 발표하게끔 계획되었다. 첫 번째 그룹은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시간이 적당했고, 두 번째 그룹은 넉넉했고, 세 번째 그룹은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각 그룹의 학생들은 다른 건물로 가는 도중 땅바닥에 쓰러진 낯선 사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를 도울지 또는 지나칠 건지가 실험의 핵심이었다. 실험 결과, 발표 시간에 늦은 그룹은 열 명 중 한 명이 가는 길을 멈추었고, 적당한 그룹은 4명이, 넉넉한 그룹은 여섯 명이 멈추었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젊은이는 자비롭고 친절하리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요인은 바로 시간적 압박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잘못된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너무 조심스럽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겪어 봐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에도 낯설지 않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전통으로 인해서 더욱 그렇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거나, 나름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뛰어날 때 자존심은 상처를 입는다. 결국 자존심도 나와 다른 사람 간의 상대적 관계 속에서 발현된다. 다른 사람이 없다면 자존심이 상할 리가 없는데, 그들을 늘 의식하며 살아가기가 벅차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독버섯’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산책을 하는데, 산책로에 버섯 군락지가 있다. 아버지는 버섯 중 하나를 가리켜 아들에게 독버섯이라고 알려준다.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은 충격을 받고 쓰러지고,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이런 내용이다. 독버섯 이야기는 나와 다른 집단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인데, 신영복 선생의 해석이 남다르다. 독버섯은 사람들의 '식탁의 논리'이기에, 버섯은 모름지기 '버섯의 이유'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버섯은 사람의 잣대에 의해 평가되어서는 안 되고, 버섯으로 존재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가져야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기만의 이유’는 힘들고도 먼 삶의 여정을 이끌어주는 자부심이며, 자유라는 것이다.
자유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연결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종종 자기만의 이유를 내세우면서도 다른 사람의 이유를 외면한다. 심지어 자기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적대시한다. 우리가 자기만의 공간에 갇힌다면, 우리 대부분은 옳지 않은 삶의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선택과 결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는 자기만의 이유를 내세우고 펼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유를 존중하고 증진하는 방식으로 펼쳐져야 한다.
자유란, 참으로 누리기 힘든 것이기에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을 저술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도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기와 강인함을 가지고 자신을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