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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며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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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2.10 18: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 서구문화원 사무국장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설계하는 이 맘 때를 흔히 연말연시라고 칭한다. 영어 표현으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 해를 맞이하는 희망이 공존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12월을 보내곤 했다. 딱 지난 해 까지는 그랬다. 올 해 12월은 다르다. 그나마 어렵사리 잡은 모임들마저 취소되기 일쑤다. 아쉽지만 방역을 위한 조치인 만큼 당연히 협조해야 할 일이다.
올 해 지구촌을 차갑게 식혀버린 코로나가 인류에게 던진 달갑지 않은 선물 때문이다. 이제는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외출을 꺼리고 모임을 삼가다보니 가뜩이나 팍팍한 삶이 더욱 힘겨워졌다. 폐업이 속출하고 일자리를 잃은 많은 이들이 생계를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되는 비극의 연속이다.

예상치 못한 역병으로 인한 재난은 이겨내면 된다. 시간이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때까지 힘들고 어렵더라도 잘 이겨내 주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닥친 이 불행도 삶의 궤적에서 보면 깨우침의 시간일 수도 있지 않은가. 문제는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역병의 시기에도 당리와 당략을 일삼는 정치권 등이 그렇다. 이 어려운 시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도 재난 극복이 버거울 판에 아랑곳 하지 않는 저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부끄러움조차 망각한 저들의 당당함에 기막힐 따름이다. 정말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다.

‘아름다운 사회 건설’은 국내 생활정보신문의 창시자인 고(故) 박권현 박사가 대전교차로를 만들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생활정보신문을 사업화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가 꾼 꿈은 아름다운 사회였다. 가진 자들이 누려온 정보의 독점을 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무가지로 만들었다. 사회의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들춰내는 신문이 아닌 밝고 아름다운 사연을 담아 전하는 정보매체를 만들었다. 한때 그 분을 대표로 모시며 일한 필자는 지금까지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꿈꾸고 지향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철학은 지금도 전국 교차로신문에 칼럼으로 실려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적지 않다. 크게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인권단체나 환경운동단체 등이 있고 작게는 각종 봉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소모임 들이 그렇다. 또한 낙후한 나라에 가서 개인적으로 의료와 교육 봉사를 하는 이들도 매스컴을 통해 접한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울지마 톤즈’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널리 알려진 고(故) 이태석 신부의 삶도 그렇다.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는 수단의 남부 톤즈로 향했다. 애초 선교의 뜻을 두었지만 그들의 실상을 보고 의료와 교육으로 봉사의 방향을 틀었다. 말라리아와 콜레라, 나병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세웠으며, 오지마을까지 순회하며 쉼 없이 진료했다. 음악을 좋아한 그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원주민을 치료하기 위해 음악을 가르쳤으며, 브라스밴드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그는 미처 자신의 건강까지 돌보지 못했다. 2008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했지만 2010년 48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비록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높고 넓다. 그가 꿈꾼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이태석재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부활’은 이 신부의 선종 10년 후 만난 그의 제자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의사 약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약하는 그의 제자 70여명은 생전의 이 신부처럼 공동체를 위한 아름다운 삶을 펼쳐가고 있다. 한국에 유학 온 두 사람은 모두 의사시험에 합격해 국내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으며, 브라스밴드 멤버로 활약하던 이는 지난해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이들 모두는 이 신부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이 더 크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 사회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행복한 가정, 건강한 사회가 우리 삶의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 새해는 역병도 사라지고, 아름다운 사회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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