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최홍석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임모씨는 최근 집주인의 요구로 증가한 전세금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높은 신용도에 대출이 쉽게 나올 것이란 임씨의 생각과 달리 은행들이 연말 예대율관리에 나서면서 실제 대출금액은 2000만원에 그쳤다. 임씨는 계획대로 전세 연장을 하려면 올해 안에 잔금을 입금해야 했기에 결국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빌려 남은 잔금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높아진 대출 문턱에 돈을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기조에 가계대출이 많이 증가하고 이러한 자금들이 증시, 부동산에 무분별하게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우려한 정부가 대출에 대한 강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8234억으로 전달대비 1309억원 증가했다.
지난 10월 당시 가계대출이 5조원 가깝게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출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은행에 대한 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서 대출 한파는 더욱 심해질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연말까지 원칙적으로 2000만원을 초과하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신규·증액 신청과 기존 합쳐 1억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서만 이뤄지던 가계 대출규제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또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연말까지 직장인 비대면 신용대출에 대해 신청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전문직 신용대출 기본 한도를 1억5000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축소 조치를 당분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역의 한 금융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가계대출 수요를 은행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곧 높은 가계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시중은행 대출 옥죄기에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저신용자 외면'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제2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26곳의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는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8조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엔 가계대출 증가액이 약 5조원에 육박하며 4년만에 월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가 시작되면 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을 기회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한도가 설정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은 은행 입장에서는 반가운 상황이지만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은 높아질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