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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요? 놀며 떠드는 곳요, 누워서 책봐도 돼요”

모퉁이 돌아가니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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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8.10 18:39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자발적 주민 후원·자원봉사활동 선생님들로 운영

아이들 끌어안는 말랑말랑한 도서관 만들고파

‘이 비에 아이들이 있기나 할까?’

기우였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9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아직은 응석받이 아홉 살, 열 살 꼬마 녀석들이 두툼한 실을 꼬았다 풀었다 한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오늘은 전통매듭을 배우는 날. 자원봉사로 나선 엄마뻘 선생님들은 연신 “맞아. 그렇게 하는 거야. 잘 하네”하며 아이들 기를 세워준다.

매듭놀이에 한창 빠져 있던 임희재(전민초2·여)양은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옹알이하듯 말했다. 도서관 체험학습으로 오게 됐다는 류채린(전민초4·여)양은 “오늘 (연습)하고 3주 더 해서 잘 하게 되면 팔찌 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다”며 제법 어른스레 대답했다.

지난 1998년 갈마동 ‘선배어린이도서관’으로 시작, 이제 13년째 운영되고 있는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은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 공동체 도서관’이다. 관장과 상근사서 한명, 운영위원 10명이 전부인 도서관에서 5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은 그야말로 ‘보석’같은 존재다.

지자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프로그램 공모에 참여해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후원금이 도서관의 가장 큰 재원이다.

도서관에 관한 고정관념 깨고 싶어

지난 2002년부터 도서관 운영을 책임져 온 박미라(50·여)관장은 도서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너무 ‘딱딱하고 네모졌다’고 지적한다. 즉 ‘떠들면 안 되고,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자기 공부만 하는 곳’이라는 게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의 모습이라는 것.

박 관장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생각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이들의 꿈과 호기심을 담을 수 있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 모퉁이도서관은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돌아다니며 놀아도 된다. 누워서 책 보기는 옵션이다.

두 아이의 엄마 조남주(35·여)씨는 “아이들이랑 편하게 놀면서 책도 볼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들 떠들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참여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모퉁이도서관은 이번 전통매듭놀이를 비롯해 마을특강, 작가와의 만남, 마을 책 잔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자체 기획·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 이용교육’은 주변 전민초.문지초등학교 한 학급 30~35명이 참여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호기심을 도서관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일종의 체험교육이다. 장서 1만7000여권을 보유한 모퉁이지만 기존 ‘권장도서목록’에 제시된 책만 찾다가 없으면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이 많다는 데서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또 연구단지와 대학 등이 인접한 동네 특성상 외국인과 그 가족들이 많다는 데 주목한 ‘도서관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박 관장은 “외국인들이 손님이 아니라 동네 주민으로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의 고향나라 음식이나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아이들 중심, 마을 중심으로 모퉁이 거듭났으면

두 시간여 매듭놀이가 끝나고 아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제야 좀 한갓진 가운데 책을 보는 어엿한 꼬마 숙녀들도 눈에 띈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아직 멀었다’싶은 것이 있는지 묻자 박 관장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지금 있는 곳도 참 좋지만 아이들이 잘 다니는 곳으로 도서관이 가야 한다”며 공간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현재 위치한 유성구 평생학습센터 건물은 마을의 중심권이 아니어서 ‘오기 불편하다’고 하는 주민들도 있다는 것. 또 독서를 위한 도서관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오가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눈이 어린 아이처럼 반짝였다.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이라는 기치를 내건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은 동네 구분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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