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세상사는 이야기]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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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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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한 해가 조용히 저물고 새 해가 밝았습니다. 물러가지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분에 다른 어느 해보다 속 시끄럽던 2020년도 흐르는 세월을 비껴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나는 행인의 발걸음을 가벼이 해주던 음악이 들려오지 않고, 오가는 인파들로 넘쳐났을 거리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연말연시의 풍경은 낯설기만 합니다.

2020년 한 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의 몸과 마음이 안온하기 어려웠습니다. 재택근무, 비자발적인 홈스쿨링 등 가정 내 돌봄이 여성들의 손길을 강제하면서 여성들은 늘어나는 돌봄노동에 허덕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족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무급으로 해 온 가족돌봄은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을 찬양하며 대가없는 무한노동을 요구해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태에서 성차별이 뿌리깊이 박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재난시기 가족돌봄이 최대 시간까지 급증하면서 여성은 생존을 위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위기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성은 돌봄노동을 원래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는 ‘모성’이란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왔습니다. 맞벌이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가정살림살이지만, 여성들에게는 가정도 또 다른 일터일 뿐, 직장과 가정 어느 곳 하나 재충전을 위한 쉼을 허용하는 곳은 없습니다.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육아와 돌봄의 죄책감까지 갖게 하는 것은 이중고의 아픔을 안겨주곤 합니다. 돌봄의 공백 상태를 대체할 일손이 없어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터로 가야하는 유자녀를 둔 엄마, 집안에 남겨지는 아이들에게 절대 가스 불에는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집을 나서는 엄마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실제 지난해 5~6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여성의 돌봄 노동시간이 2~4시간 증가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특히 전업주부들의 돌봄 노동강도는 6시간 이상 늘어난 것으로 통계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돌봄 부담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전가되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보다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여성이 더 많은 돌봄 휴가를 사용하게 하고, 나아가 여성을 경제활동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해에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누구든 평등하게 일하면서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돌보고, 가족을 돌볼 일이 생기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 해결할 수 있는, 함께 책임지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돌봄은 누구나 해야 하는 삶의 한 과정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돌봄을 받다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일정시기가 지나 나이가 들면 다시 또 돌봄을 받으며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어린아이와 노인 등 돌봄이 일정시기 아주 잠깐만 필요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람은 전 생애과정 전반에 걸쳐 돌봄을 필요로 합니다. 그동안 돌봄은 여성의 일로 여겨지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숙련, 단순노동으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신체적·정서적 측면 모두를 포괄하는 장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이며, 때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새 해에는 똑같이 일하면서 여성에게만 돌봄책임을 부과하거나, 무한 헌신을 요구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회가 함께해야 할 돌봄을 개인, 그것도 여성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성들이 가족 돌봄을 하다가 노동시장 취업에 제약을 받게 되어 자신의 생계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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