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으로 진행 중인 대전 동구 정동굴다리 공사현장 공터(6-3공구)에 굴다리에서 파낸 사토물과 보도블럭 등 공사폐기물과 공사에 쓰일 대형 철제 빔이 쌓여 있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건널목과 인도에 바로 접한 공터 가장자리 부분은 웅덩이가 깊이 패여 있는 상태로, 비가 오면 호수처럼 잠기면서 자칫 빠질 경우 인명피해까지 우려된다. 공터 맞은편에는 삼성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시행자인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터 부분 공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아직까지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공터 주변에는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이나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펜스 등도 전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3, 4개월전 대전시가 우리(공단)측에 공터 부분에 대한 공사추진을 의뢰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업비나 협약 등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우리는 시에서 공문 한 장 받았을 뿐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시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6-3공구는 공단에서 (공사)하는 구간”이라면서 “물어볼 게 있으면 공단에 전화하라”고 말했다.
‘철도변 낙후·불량시설물 정비를 통해 교통·생활환경·도시미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사업이 시민안전을 볼모로 한 시행사간 책임 떠넘기기와 ‘나몰라라’식의 배짱행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근 주민 A씨는 “예전에 물이 없을 때 보니 웅덩이 깊이가 어른 허벅지가 찰 정도는 된다”면서 “지나는 아이들이 장난치다 빠지기라도 하면 큰 일 아니냐”고 혀를 찼다.
공터 옆 쪽방촌 노인은 “날이 개면 악취와 함께 모기 등 날벌레가 들끓어 시달리고 있다”며 “하지만 힘들어도 우리가 별 수 있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 곳에는 노인 등 기초수급자 9가구가 살고 있다.
동구청에 따르면 최근 접수된 정비사업 관련 장기해결민원만 16건에 이른다. 먼지, 소음, 굴다리 폐쇄로 인한 주민통행불편, 제척지(사업시행지구 내 위치해 있으나 어떤 사유로 그 사업에서 제외돼 원상태를 유지하는 토지) 매입 문제 등 민원도 다양하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사업이 시작된 후 수시로 민원 전화를 받고 있다. 시행자 측에 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단기 민원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은 대전도심 통과구간 건설공법을 지하화에서 ‘지상화’로 변경하면서 그 절감액으로 추진하는 정책적 지원 사업이다. 오는 2014년 완료 예정으로 대덕구 오정동 한남고가차도에서 동구 판암동 판암IC까지 6.7km 구간에 걸쳐 공사가 진행중이다. 총 사업비는 5000억원에 이른다.
/문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