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안 대표의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이른바 '원샷경선'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일단 자력 흥행에 주력하면서 일단 후보단일화는 후순위로 밀려나게 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초에 우리 당 후보, 안 대표, 금태섭 전 의원이 당 밖에서 단일화해도 늦지 않다"며 "단일화는 실무 협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도 "안 대표는 흡사 야권 후보 단일화보다 기호 4번 당적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지자 뜻에 따라 합당 논의를 할 수 있다는데, 그렇다면 입당 못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 본인이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는 집념이 있다"며 안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단일화 룰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당이 너무 국민의당에 유리한 것만 요구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의 개방형 통합경선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이제는 우리 당 경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돌아섰다.
앞서 "안 대표 제안을 수용하자"고 했던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내 경선은 이미 차가 떠났다"며 "우리 당 후보 1명을 뽑은 후 최종 결선을 하는 그런 형태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러나 "안 대표가 단일화 경선에서 지고 불복할 수 있다는 의심이 있다"며 "승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물밑 논의를 암시했다.
연일 신속한 야권 단일화를 요구했던 안 대표는 국민의힘의 차가운 반응에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지만 어떻든 홀로 선거에준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단일화 실무논의 대표를 이날까지 선임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민의힘을 너무 자극할 필요 없다"는 측근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정을 늦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위원장이 개방형 경선과 실무 논의 제안을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일축한 마당에 안 대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단일화는 결국 실무 협상이 아닌 지도부 담판으로 끝낼 문제라는 김 위원장의 주장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대표는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여건이 숙성되길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물밑에서 소통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의견들이 분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