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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세상에 네 것이 어디 있냐?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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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1.31 14: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구한말에 유명한 스님들 가운데 한분이 ‘경허선사’이십니다. 경허선사는 교학 즉 부처님의 경전, 불경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참선 즉 부처님의 마음 닦는 방면에도 통달을 하신 분으로 여러 가지 일화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느 날 경허스님은 문지방에 한 손을 올리고 책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바람에 문이 닫히는 바람에 손이 상처가나고 피가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그런데 꼼짝도 아니하고 그대로 앉아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지나가다 다른 스님이 보고는 스님을 불렀습니다.
‘스님, 손에 피가 납니다.’
그러나 경허스님은 대답도 아니 하시고 끄떡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불렀으나 전혀 대답이 없어서 걱정이 된 나머지 몸을 흔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스님은 고개를 돌려 그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스님, 손에 피가 납니다. 어떻게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넋을 놓고 앉아 계십니까?’
그 말을 들은 경허 스님은 껄껄껄 웃기만 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의 수준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봅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스님이 경허스님의 ‘무아삼매’의 경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계신 걸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걸 알아보았다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겠지요.

‘무아삼매無我三昧’라는 것은 우선 ‘삼매三昧’는 생각이 몰입하고 집중해서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바깥세상은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마음은 흐름이 멈추어진 관계로 그 변화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무아無我’라는 것은 없을 ‘무無’에 나 ‘아我’입니다. 뜻을 풀자면 ‘나’라고 하는 개념이나 ‘내 것’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초월해버리는 것으로 자신에 가진 몸뚱이나 마음 까지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초연한 상태를 ‘무아’라고 합니다. 마음이 어떤 것도 남지 않고 완전히 텅 빈 상태에 이르러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때 문득 깨침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무아'는 또한 ‘무소유無所有’하고 뜻이 통합니다. 법정스님께서 쓰신 ‘무소유’라는 글에서도 나타나듯이 마음에 내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진정한 무소유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쉼 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차이로는 무엇인가를 자신의 것이라고 말을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이 진정으로 영원히 내 것 일까요? 그 답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영원한 나의 소유물은 없으니까요. 그 이유를 부처님께서는 한 글자로 ‘공空’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뜻이지요. 세상에 있는 것들이 변한다는 이 이치를 마음속에 철저히 알아차리고 살아간다면 존재하는 어느 것에도 집착을 하지 않고 자신과 인연 있는 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을 할 수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세상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토록 소유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다가 우리들의 삶이 끝이 납니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하거나 인연이 있는 것들을 잘 활용을 하되 집착을 하면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힘들게 만든 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소유한 것을 마음에서 놓아버리는 일은 자신을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을 하였을 때 얻어 지는 것이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먼저 ‘공空’의 이치를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노든 것이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변한다는 것이 세상을 알아가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소유한 것들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도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변해왔고 앞으로 변해 가는 것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도 끊임없이 변한 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차례로 끊임없이 연습을 하면 어느 순간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진리가 몸과 마음으로 확실히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진정한 ‘무아의 경지’ 또는 무소유‘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느 것이 내 것이라면
다른 어떤 것은 남의 것일 터
그러나 모두가 남김없이 변하니
갖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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