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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교원 감축과 교과목 조정의 딜레마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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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2.17 14: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등교가 멈춘 학교에 교수학습의 체제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의 교원 수와 교과목의 검토에 따른 전면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예견된다. K-EDU가 자랑하는 쌍방향 온라인 교육의 결과에 비추어 보면 구조조정의 혁신은 불원간에 다가올 주제임에 틀림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간 교육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놀랍게도 가장 협조적이고 순종적이었다. 행정명령에 따른 100인, 50인, 4인 이하 집합 금지가 내려질 때마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모든 공적 기관 중 거의 유일하게 원천봉쇄를 수용하고 가장 앞장서서 실천한 집단이었다.

온라인 교육체제에 걸맞은 교원 감축과 교과목 조정도 매우 협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질이 형성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자기 목소리가 부재했다.

역설적이게도 초중고 학생은 감염병에서 백신조차 필요 없는 그린벨트 영역이었다. 대학생 역시 코로나19 사망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의 연령 안전지대에 놓여있다. 물론 감염의 매개체 역할이 염려스럽고 애면글면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학부모들의 등쌀에 떠밀려서 한해 내내 등교중지를 반복했다고 하지만, 교육부 장관과 대부분의 교육감, 교원단체들은 서로 앞다투어 모든 공적 기관에 앞서서 등교중지를 단행했다.

보기에 따라 정부의 방역 대책에 애국적으로 협조하고 모범적으로 대처해 칭찬받을 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어떻게든 위험 속에서도 아이들의 공부를 지켜내려는 교육계의 모습은 아무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등록금 반환 소동이 벌어지고 학문의 길이 끊겨도 과목의 수강생 규모 등을 감안해 적정한 출석 수업을 유지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감염병 속에서도 꾸준히 학교의 문을 열었던 외국의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적다는 취지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 내용 등은 시사점이 있었다. 한마디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 대학의 총장들이 보여준 선도적인 학교봉쇄의 모습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장기적인 부등교의 학교봉쇄 속에서 어렵사리 이어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국민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학교의 필요성과 교사의 존재, 대학의 존재의의에 대해 재고(再考)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교육 관료들과 교원 집단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있는 생각들 말이다. 최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신문 칼럼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골자로 하는 방송 통신 초등학교 개설을 주장했다. 코로나19 온라인 수업체제가 아니었다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격을 받을만한 제안이었겠지만 오히려 필요한 정책이라는 호응을 얻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혁신의 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국가적 규모의 온라인 수업시스템을 구축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대학교육협의회에 ‘원격수업 지원본부’(가칭)를 두고, 교육 방송(EBS)과 협력해 초중고와 대학의 주요 과목, 외국어 수업 등 다량의 온라인 과목을 개설해 학점을 인증해준다. 이는 현재의 단위제 교육과정에 파열구를 내고 학점제를 초등학교까지 확대해 실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둘째, 초중고 교원 및 교육 관료의 대규모 감축과 대학의 과목 감축을 단행한다. 교원 및 교육 관료의 기존 역할은 온라인 수업체제와 온라인 학교 행정 메뉴얼로 대체할 수 있다. 많은 교과목은 온라인 학점으로 전환하고 장학사들과 학교관리자들, 교육청의 행정직과 교원의 감축으로 얻어지는 교육재정은 학생의 복지와 온라인 수업에 투자할 수 있다. 불필요한 대학의 전임교수는 대폭 감원하고 그 재정으로 온라인 쌍방향 수업에 실력이 있는 ‘온라인 대학 강사’의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즉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대학 간 격차 해소와 대학입시의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셋째, 거듭되는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행정 체제를 혁신한다. 교육감 선출제를 폐지해 지자체와 통합하고 교육 부지사제를 도입하며, 자율적인 ‘코로나19 방역 교육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교원을 지방직화 혹은 학교 직화한다. 교육부지사(교육 부시장)제가 도입되면 교육지원청은 자연스럽게 폐지돼 기초 지자체 혹은 지방의회의 교육지원국(교육위원회)으로 역할을 하게 되며, 반대급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을 아낄 수 있다. 그 예산은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등록금 절반 인하에 쓰일 수 있다. 혁신적인 국민교육 서비스 시대를 조기에 열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종식되어도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될 세상이 온다면 어차피 등교하지 않는 학교 체제는 변혁될 수 밖에 없다. 장기적인 학교봉쇄에 가장 순종적이고 협조적인 교육계에 대해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마냥 고맙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가 없는 교실에서 교사와 교수, 교육감과 기존의 교과목 체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착한 교육계는 구조조정의 백척간두에 설만 하다.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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