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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애인보다는 친구 같은 한 해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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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2.22 13: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끈끈한 애인보단 산뜻한 친구가 좋다. 이별을 해야 하는 애인 관계보다는 이별 없는 친구 관계가 좋다. 순간적인 열정으로 뜨겁게 다가오는 사랑보단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우정이 좋다. 인간은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싶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본능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우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고 익히 보아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자신들의 사랑만큼은 영원하길 바라고 영원할 것으로 믿는다.

“쉽게 데워지는 것은 쉽게 식는다”는 옛말이 있다. 순간에 빨리 반하는 관계보다는 서서히 호감으로 발전하는 인간관계가 아무래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유욕이 생기는 애인보다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감정을 교환하는 친구가 편해서 좋다. 그런데 이성간 친구는 동성 같은 부담 없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에는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생기기도 했지만, 이성 간에 진정한 친구가 존재할지는 각자의 선택과 방법으로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사랑은 유효기간이 대체로 짧지만, 우정은 길다. 강렬하고 달콤한 사랑을 담뿍 주는 애인도 좋지만, 더 좋은 건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베풀어주는 친구이다. 비록 설렘은 없지만, 마음이 변해서 헤어져야 하는 이별이 없어 좋다. 진한 향기와 감동을 주는 사랑도 좋지만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주는 친구는 우리를 지켜주는 나무와 같아서 좋다. 지금 서술하고 있는 친구의 범위는 동성 간, 이성 간의 모든 친구를 말한다. 때론 조미료를 넣은 톡 쏘는 강렬한 음식이 당기기도 하지만 심심한 맛을 내는 음식이 질리지 않아 오래 찾게 된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너무 강렬하게 와 닿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서로 유지하기도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급작스레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감정보단, 서서히 와 닿는 감정이 오래 지속되고 질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애인보단 친구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편안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조심스레 지켜봐 주어 좋다. 서로 본연의 자리를 지키면서 상대의 행복을 위해 언제든 도움의 손길로 꼬옥 잡아줄 수 있는 고향 같은 편안한 친구가 나이 들수록 필요하다. 사는 날까지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며 영원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애인 같은 친구가 좋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살면서 든든한 마음과 함께 행복한 충만감이 가득할 것이다. 때로는 가족도 타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우정으로 쌓여진 영원한 자기편이 옆에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그 누구보다 훨씬 부자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매우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우리 마음이 조급해진다. 열심히 살아온 결산을 통해 만족할 결과물이 없으면 아쉬움은 커지고,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 수도 있다. 자동차에는 가격이 붙어있지만, 삶에는 가격이 없다”는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가 각자 열심히 살았다면 그 가치는 대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이야기를 실어야만 알찬 내용의 책이라 할 수 없듯, 진솔하게 열심히 살아온 우리의 흔적을 담담하게 엮은 책이면 충분하다.

2021년은 애인보다는 친구 같은 한 해이길 바란다. 애인처럼 너무 설레고 이벤트 많은 나날보다는 친구처럼 편안하고 안전한 일상의 연속이면 좋겠다. 애인처럼 큰 사랑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조금은 벅찬 나날보다는, 친구처럼 꾸준하게 변함없이 푸근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건강한 시간들이 함께 한다면 무척 고마울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중 하나인 애인 같은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에 입문한 것으로 안락한 금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생 페이지마다 삶의 여정을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면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처럼 너그러운 나날이 되길 바라면서, 기댈 어깨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편안한 친구 같은 시간을 함께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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