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수궁가’의 본향 충청도
[문화속으로] ‘수궁가’의 본향 충청도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3.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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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판소리는 18세기 무렵부터 불리어진 당대의 새로운 음악 장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민요나 무가 정도로 불리던 서민들의 노래, 혹은 시조나 가곡, 가사 등 양반들의 노래가 일반적이던 풍토 속에서, 매력적이고 힙한 장르가 탄생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며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니, 소리에 빠져들어 얼씨구 추임새가 절로 나는 다이내믹한 음악에 모든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판소리의 시작과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으나, 분명한 것은 ‘최초의 판소리 명창’이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기록상 가장 최초의 명창은 최선달과 하한담이었다. 이 중 최선달은 1726년 충남 결성에서 태어난 양반이었고, 하한담은 천안 태생으로 추정되는 광대 집안의 사람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명창의 출신도 충청도 양반과 천민이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니 정말 의미심장한 일이다.

최선달은 최예운이라는 해주최씨 집안의 후손으로 후에 명창이 되어서 가선대부라는 벼슬을 받았다. 명창으로 어전에 가서 소리를 하는 영광을 누렸고, 더욱이 벼슬까지 받았으니 이는 모든 소리꾼 역사상 최예운이 처음인 듯하다. 판소리 명창은 그 명예가 높아지면 어전에서 소리하고 벼슬을 받을 수 있었던 특별 대상이었던 것이다. 최예운 이후 많은 명창들이 어전에서 소리를 하고 ‘생원’ ‘동지’ ‘감찰’ ‘통정대부’ 등의 벼슬을 하사받았다.

최예운 이후 충청도에는 많은 후배 명창들이 활약했고, 18세기 말 쯤 최초로 유파도 생겨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중고제’이다. 경기, 충청지역에서 유행하던 소릿제로, 고제를 이어 고졸하게 부르는 소리지만, 명창들에 따라 새로운 창법과 기교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중고제의 시조로 ‘염계달’과 ‘김성옥’을 꼽는다. 염계달은 예산, 김성옥은 논산에서 태어나 그 후손들에게 소리를 대물림했고, 지금도 이들의 소리가 우리 판소리에 켜켜이 남아있다.

이 중 ‘수궁가’는 염계달이 아주 잘했다고 전해진다. 염계달은 밝고 쾌활하게 부르는 경토리 창법을 구사했고, 특히 그네를 뛰듯이 출렁거리는 독특한 추천목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의 추천목으로 유명한 ‘토끼가 욕하는 대목’은 지금도 많은 명창들이 ‘염계달’을 호명하며 오마주하는 대목이다. 수궁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토끼가 별주부를 뒤돌아보며 걸쭉하게 욕을 해대는 장면인데,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별주부를 향한 조롱을 절묘하게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수궁가’의 원산지도 충청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충남 태안에 가면 ‘별주부마을’이 있는데, 토끼설화를 바탕으로 용궁 가는 토끼상이 바다를 향해 설치되어 있다. 죽은 자라가 변했다는 자라바위, 토끼가 물을 마셨다는 묘샘, 토끼가 도망간 노루미재 등이 전한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용왕제를 올리기도 한다. 태안에는 토끼섬이라 불리는 곳도 있다 하니 그야말로 ‘수궁가’의 근원 설화를 제공한 원천콘텐츠 보유지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궁가’가 탄생하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것을 보면 충청도는 ‘수궁가’의 본향이라 할 만하다.

이 ‘수궁가’의 진면목을 감상할 기회가 곧 온다. 3월 25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염경애 명창의 ‘수궁가’가 열리기 때문이다. 20대에 이미 전주대사습에서 대통령상을 탄 이후로 현재 국립국악원 연주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염경애 명창은 한시도 쉬지않고 성실히 소리를 연마하는 모범적인 소리꾼이다. 게다가 중고제의 시조 염계달 명창의 방계 후손이다. ‘수궁가’의 본향인 충청도에서 열리는 염경애 명창의 판소리는 바로 우리 시대 판소리 전승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염경애 명창이 곧 우리 판소리 전승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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