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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무장병원 문제에 대한 소고

정구종 건보공단 대전중부지사 보험급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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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3.15 14: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구종 건보공단 대전중부지사 보험급여부장
정구종 건보공단 대전중부지사 보험급여부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장성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의 한계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들을 찾아내어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보험재정 누수를 막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종 감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시절이다. 의료의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환자 병동에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의사, 비영리법인 명의대여 등으로 더욱 지능화 하고 있어, 많은 의료인들의 노고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원의는 자신이 운영하는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으나, 법인의 경우에는 의료법 제50조(민법의 준용) 규정에 따라 비영리법인으로만 설립할 수 있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이란 의료기관의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이윤을 영리법인 구성원에게 이익 배당이나 잔여재산 분배 등의 형식으로 귀속시키는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에 대한 의료법 규정을 살펴보면, 의료법제33조(개설) 제2항 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의료법인),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규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의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아닌 경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의료기관 개설 가능 주체들을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같은 법 제87조에 벌칙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같은 법 제50조(민법의 준용)에서는 “의료법인에 대하여 의료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4조 제2항과 제33조 제8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으며,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타인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통칭한다. 사무장병원 근절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불가결한 과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사무장병원을 적발하여 부당이득으로 고지한 금액이 무려 3조 5000억에 달한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어 사실상 폐업된 이후라서, 같은 기간 실제 징수한 부당이득금은 1871억원으로 적발금액의 5.32%에 불과했다.

2018년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155명 화재참사사고를 돌이켜보자. 이 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어왔고, 과밀병상 등 수익창출에만 골몰하여 건축, 소방, 의료 등 환자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 부실하게 관리되어 대형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사고 당시 밀양 세종병원은 38실 113병상으로 적정의료인력이 의사 6명, 간호사 35명으로 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2명, 간호사 4명만이 근무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뒷전으로 하고 사익만 추구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평균 진료비 청구 비교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은 입원비, 진료비, 입원일수에서 일반 병원보다 각각 1.7배, 2.9배 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의료, 수사, 법률측면에서 전문성을 갖춘 특별사법경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사무장병원 조사를 위해서는 개설과 운영, 성과 귀속단계까지 파악하여 불법행위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국회에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일부 의원들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입법 발의가 있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 권한은 요양기관 개설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아무쪼록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우리사회가 다시는 사무장병원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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