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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이 봄에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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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3.24 14: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봄은 희망이다. 언어 학자들은 봄이 ‘보다(見)’에서 왔다고 한다. 겨울을 지나며 산야가 초록으로 바뀌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 그래서 봄이다. spring(샘솟다, 싹트다) 또한 우리의 봄과 그 뜻이 비슷하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햇볕이 감돌면 만물은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게 된다. 생동하는 계절이다. 지난 1년 covid19로 움츠렸던 우리들의 삶이 이 봄에는 활짝 펴졌으면 좋겠다. 다행히 백신이 도입되고 예방 접종이 시작됐다. 이즈음의 절기들 또한 희망을 북돋아 준다. 2월 초의 입춘(入春) ‘봄이 시작’되면서 중순의 끝자락에 우수(雨水)가 마른 땅을 적시며 봄기운이 돌기 시작함을 알린다. 그런데 올해는 입춘엔 추위로 우수 때는 폭설과 강추위로 봄을 뭉갰다. 그사이에 끼어 있던 설에는 영상 14-5도를 오르내리는 포근한 날씨로 신체 리듬이 균형을 잡지 못했다. 아마 날씨도 covid19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봄은 3월 초의 경칩(驚蟄)이다. 개구리가 깨어 나오듯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3월초에 3·1절과 각급 학교 입학식과 새 학년 진급이 이루어지며 학교가 활기를 띠는 때이다. 지난해는 covid19로 졸업식도 입학식도 제대로 못 해 많은 학생이 추억을 잃어버렸다. 올해는 관계 당국의 용단으로 초등학교 1학년이 입학식을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경칩을 전후로 중북부 지역과 강원도에 때아닌 폭설이 내렸다. 빼앗긴 봄이 됐다. 3월 중순, 춘분(春分)으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래서 봄을 나눈다는 의미로 춘분이라 했나 보다. 춘분이 지나고 4월 5일 식목일 때쯤이면 청명(淸明)이다. ‘하늘이 맑아진다’는 시기로 완연한 봄날이 되어 따듯해지고 활동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이어 4월 중순이 시작되면 곡우(穀雨)이다.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면서 마른 땅을 적시는 비가 내린다는 시기이다.

필자는 이런 절기를 되짚어 보면서 조상들의 슬기로움에 감탄하곤 했다. 특별한 과학적 측정 도구도 없던 때에 계절의 특징을 살리는 절기의 이름 지음과 그 시기마다 할 일을 알려주는 지침은 정말 대단한 식견이다. 또한, 1년간의 농가에서 할 일을 가사로 정리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또한 대단한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직도 끝나지 않은 covid19의 폭격에 마음만이라도 새봄을 기대하고 싶다. 일제의 지배를 받던 암울한 시절, 시인 이상화(李相和)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며 절규했다. 물론 봄은 언제고 온다. 올해도 봄은 왔다. 그러나 covid19로 움츠러든 마음이 풀리기엔 이른듯하다. 더더욱 찬물을 끼얹은 것은 00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 사건이다. 살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는 서민들에게 이들의 행태는 한없는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연이어 터지는 공직자들의 투기의 혹은 분노를 넘어 체념에 이르게 한다. 들판에 봄꽃이 피고 있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아직도 차디찬 울분의 짐덩이가 짓누르고 있다.

올봄은 예년보다 꽃 소식이 빠르다. 필자의 집과 가까운 대전 오량산에는 3월 12일을 전후로 진달래가 피었고, 골목길 담장에는 개나리도 만개했다.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그렇다 봄은 희망을 싣고 꽃소식과 함께 온다. 고대 로마의 달력에서 유래한 3월- ‘March’는 전쟁의 신을 뜻하며 앞으로 나간다는 행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승리를 바라보는 희망이다. 또한, 출애굽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대인들의 정월인 아빕월은 오늘날 3월에 해당되며 애굽에서의 종노릇에서 해방됨을 기념하는 사건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세계 여러 나라가 봄, 이 3월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 이상화가 절망의 시기에도 희망을 내다보며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는 외침 같이 이 봄에, 이 땅에 공정한 희망이 가득차 즐거움이 회복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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