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라이브 공연
[세상사는 이야기] 라이브 공연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4.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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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프랑스 영화의 누벨바그 운동을 이끌었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다. “언젠가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영화로 찍고 그것을 나누는 시대가 올 것이다.” 반세기가 지나기 전에 우리는 SNS와 유튜브로 자신의 동영상과 이야기들을 열심히 찍어서 공유하는 중이다.

트뤼포 감독 사후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에선 한 비디오 대여 업체가 영화 DVD를 온라인으로 대여 신청해 집에서 우편으로 배송·반납을 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인터넷이 발달하자 이 업체는 매체의 실물거래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을 예견하곤 아예 영화를 온라인으로만 틀어주는 스트리밍 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재는 전 세계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 사업자 1위의 넷플릭스가 되었다.

예전엔 영화산업을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가 주도했고, 국제 영화제 출품작과 수상작들도 메이저 배급사와 제작사들의 입김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완강한 극장주의를 고수하던 칸 영화제는 옥자를 극장개봉기간 중에는 OTT 서비스를 중단하기를 원했지만 넷플릭스는 완강하게 극장과 집에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밀어붙였고, 이후로 칸 영화제는 OTT 작품은 출품받지 않는 초강수를 두었다. 최근 넷플릭스 작품들이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극장들은 이 영화제 수상작들을 관객들이 먼저 극장에서 보는 것을 원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넷플릭스는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우리가 만든 영화는 우리 서비스를 결제한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다. 그게 극장에 걸리건 말건” 극장업계가 달가울 리가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 극장 배급망과 제작사들이 꽁꽁 발이 묶여 있는 사이 OTT 업체들은 엄청난 매출 증가를 누리며 이젠 영화 배급망마저 좌지우지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신작이 극장에서 걸리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바로 가는 현상이 적어도 지금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고, 할리우드 일각에선 메이저 영화사의 블록버스터 대작들만 극장에 걸리게 되는 일이 머지않았다고 한탄하기 시작했다. 극장 몰락의 서곡일까.

공연계가 지금 딱 이런 형국이다. 어렵사리 재원을 마련해 공연장을 대관해 연주를 기획하던 사립 음악단체들은 코로나 시국에 공연이 취소되거나 속절없이 연기되는 상황을 1년 이상 겪고 있다. 중·소 기획사 공연들은 만석을 채워도 넉넉지 못한데 이마저도 거리두기로 30% 객석만 판매가 가능하니 고사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재정 여력이 있는 대형기획사나 국공립 단체들은 무관중 실시간 온라인 송출로 전환구성이 가능하니 슬슬 현장 공연보다는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이 더 전망이 있지 않나 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 와중에 시장 논리를 들먹이며 승자승 원칙으로 잘되는 공연 외에는 재정지원 필요가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어 더욱 어렵다. 혹자는 말한다. 세계적인 대가들의 연주가 유튜브에 다 있는데 뭐하러 로컬연주자의 현장 공연을 듣냐고. 그래서 일부 대형공연장과 극장들은 해외 유명 실황 영상을 대형화면으로 제공하는 예도 많다. 이렇게 공연계가 대체될 수 있을까.

1920년대에 TV가 처음 나왔을 때 무성영화 기반이던 영화업계는 곧 망하리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누가 극장을 가겠냐고. 그리고 7·80년대에 가정용 비디오 시스템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볼 수 있는데 뭐하러 극장을 가느냐고. 그렇게 없어질 거라던 극장산업은 이후 10배 이상 성장했다.

영화는 기록된 매체를 재생하는 예술이지만 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의도된 사운드와 화면 비율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현장예술의 측면도 분명히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집에서 영화를 보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잠시 중단하고 업무 등의 상황에서 끊어가며 보는 영화가 온전할 수 없고 온전한 감상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사전 제작된 영화의 감상도 이럴진대, 살아 숨 쉬는 연주자들의 라이브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 손에 잡힐 듯 전달되는 공기의 울림과 두 눈으로 직접 담아내는 현장의 감동을 아는 사람들은 스트리밍 공연이나 공연송출 서비스를 라이브 공연과 절대로 비교하지 않는다. 집에서 친절하게 해설자가 몇 번이고 반복플레이로 각도까지 계산해주는 스포츠 중계가 있다 한들, 생생한 현장 경기 직관의 가치와 비교하는 사람이 있을까. 직접 온몸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라이브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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