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는 우리말로 민요라는 뜻이다. 사실 민요라는 단어가 영어 포크송/포크 음악을 19세기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번역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민요라는 단어는 포크에서 유래한 신조어이다. 포크나 민요는 말 그대로 민중/민족/백성들의 전통 노래, 음악이라는 뜻이다. 민요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서 포크는 두 가지 의미, 즉,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넓은 의미로 포크는 세계 각지의 민속음악, 일명 세계음악(월드뮤직, World Music)을 지칭한다. 이러한 넓은 의미를 적용했을 때, 한국 전통민요도 분명히 포크의 한 종류이다. 두 번째는 좁은 의미로 영미 전통민요인 발라드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포크와 발라드는 사실상 동의어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할때 포크송, 포크 음악은 두 번째 의미인 발라드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영미 전통민요인 발라드가 현대 세계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영국의 브리티시(British) 팝과 미국 아메리칸(American) 팝을 기반으로하는 대중음악인 팝 음악은 영미 전통민요인 발라드를 기반으로 하였다.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재즈와 블루스도 발라드의 영향을 깊게 받아 만들어진, 일종의 흑인 발라드이다.
비틀즈, 밥 딜런, 애니멀즈, 레이 찰스, 피트 시거, 빌리 할러데이, 마레이니, 존 바애즈, 루이 암스트롱, 듀크 앨링턴, 비지스, 마마스 앤 파파스, 퀸, 사이먼과 가펑클, 레드 제플린, 스팅, 조지 거슈인, 토이즈, 스모키 등등 국내에 소개된 영미 대중 음악가와 밴드의 곡들은 포크 또는 포크록, 블루스, 재즈이다. 여기서 포크는 곧 발라드이며, 영미 전통민요다.
대중가요가 민요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서양의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영미 팝송은 영미 민요인 발라드의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해 온 것이다. 이것이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포크, 포크송, 포크 음악, 포크 기타(통기타), 포크 록, 영미 팝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국내 대중음악은 1950~70년대 번안곡 시대를 거치며 이러한 다수의 영미 포크송/팝송들이 번안되어 소개되며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적이며 토착화된 발라드곡들이 70~90년대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강력한 비트와 댄스로 세계 대중음악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친 흑인음악(Soul Music)이 서로 융합되며 한국적인 발라드와 댄스음악, 아이돌 음악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동란이 끝난 1950~70년대는 워낙 척박한 시기였다. 이 당시 번안곡으로 시작된 대중음악의 씨앗을 뿌린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그 이후 몇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세계적인 케이팝(K-Pop)이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필자는 “우리 민족은 참 대단한 민족성과 뛰어난 역량을 지닌 민족이구나!”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문학의 황무지였던 영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문학을 영국화 시키며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탄생시키기까지 200년의 세월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K-Pop의 경우는 약 70년 만에 세계 대중음악의 선도적이며 지배적인 장르가 되었다. 유튜브의 공로도 매우 컸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무나, 아무 민족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승부의 핵심인 탁월한 음악 컨텐츠를 만들어 낼 역량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요즘 필자는 로제(ROSÉ)의 온더그라운드(On the Ground)에 완전히 도취 되었다. 이 곡을 라디오를 통해 최초로 들었을 때, 나는 “영국의 아델(Adele)이 진짜 압도적인 신곡을 냈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 가수 로제가 불렀다는 진행자의 멘트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젠 드디어 한국이 21세기 발라드와 포크의 종주국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이팅이다!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