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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친구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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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4.21 15: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친구(親舊 ; friend) - 정겨운 말이다. 우리 말로는 ‘벗’이라 하여 ‘함께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4월이면 왠지 친구가 생각나는 달이다. 아마도 3월에 입학하고, 한 학년 올라가고, 그러다가 한 달쯤 지나면서 새롭게 사귀고, 알게 되어 친구가 되어 그런 것은 아닌지…

신라 화랑들의 필수 덕목으로 원광 법사가 지은 ‘세속 5계’에 ‘교우이신(交友以信)’이 있고, 유교의 기본이 되는 도덕 지침인 ‘삼강오륜’의 오륜에 ‘朋友有信(붕우유신)’이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한복음 15:13)”고 했다. 이해인 시인은 「친구를 위하여」라는 시에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사랑보다 깊은 신뢰로/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친구 관계는 믿음(信)과 사랑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속담에도 친구(벗)에 관한 것들이 많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벗 줄 것은 없어도 도둑 줄 것은 있다’, ‘저승길도 벗이 있어야 좋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친구는 옛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뿌리 깊지 못한 나무와 같다’. 뿐만 아니라 친구(벗)에 관한 사자성어도 많은데, 친구 관련 사자성어의 대표 격은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아닐까? 관포지교는 “형편이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조건 없이 친구를 위하는 두터운 우정”의 대명사가 되어 왔다.

또한 백아절현(伯牙絶絃 :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말), 수어지교(水魚之交 : 물고기와 물과의 관계처럼 떨어질 수 없는 특별한 친구), 막역지우(莫逆之友 : 서로 거스르지 않는 친구, 아무 허물없이 친한 친구를 가리키는 말), 금란지계(金蘭之契 :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 사이의 맺음), 죽마고우(竹馬故友 : 어릴 때, 대나무 말(竹馬)을 타고 놀며 같이 자란 친구), 문경지교(刎頸之交 : 대신 목을 내주어도 좋을 정도로 친한 친구의 사귐) 등 삶에 가르침을 주는 사자성어도 있다.

어렸을 때 도덕 시간에 배운 옛 그리스의 ‘파시어스’와 그의 친구 ‘다몬’의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우정의 대명사로 전해진다. 그리스의 Homeros가 썼다는 ‘Ilias’에도 Achilles가 그의 친구 Patroklos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에서 뜨거운 우정을 엿보게 한다. 그래서 그리스와 로마에는 “친구는 또 다른 나”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는가 보다. 중국에 관포지교가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의 우정이 있다. 성경에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있다. 요나단은 아버지인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고자 했을 때도 다윗을 살리려고 온 힘을 다했다. 자칫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우정으로 극복해 아름다운 친구 사이로 성경에 그려져 있다.

요즘 “집단지성(集團知性 : collective intelligence : 지성을 가진 독립된 생물체가 서로 협동하여 집합적 지능을 만들어 지능적 활동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집단지성에 관련하여 학생들이 싫어하는 학습과제가 있단다. 바로 ‘team project’이다. 교사들은 많은 학생들을 팀으로 묶어 학습 과정을 살피고 평가하는 데 유리하지만, 학생들은 팀 내에 존재하는 무임승차자 때문에 싫어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거리두기, 개인위생 강조 등으로 공동체감이나 teamwork가 희석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 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4월이 만춘(晩春)에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히 하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행사를 위한 장애 체험보다는 마음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체험의 기회가 되었길 바라본다. covid19로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요즘, 정말 “마음만은 가깝게” 지내면서 어렸을 때 죽마고우들을 한 번 만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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