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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전거 페달을 밟기 위한 전제요건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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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4.25 16: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하지만 꽃피는 봄은 좋기만 하다. 봄꽃 축제를 하지 못해 아쉬움은 있으나 꽃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봄은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천변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면 상큼한 바람과 함께 연속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예쁜 꽃들이 아름답다. 얼마 전에는 노란 생강나무꽃, 그리고 하얀 목련, 조팝나무 꽃이 피더니 이제는 붉은 영산홍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천변 자전거도로가 겨울을 지나면서 우레탄 포장과 투수콘 포장이 들떠 솟아올라 훼손된 구간이 목격된다. 자전거길에 동파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통행량이 늘어나는 이 시기에 보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자전거는 인류가 발명한 운송수단중 가장 친환경적인 도구이다.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 인력으로 작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승용차에 비해 평균 주행공간은 8분의 1, 주차공간은 20분의 1에 불과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운행되는 승용차 중 80% 이상이 나 홀로 탑승 차량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60kg의 한 사람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1톤이 넘는 쇠뭉치를 굴리고 있는 격이다. 이로 인한 대기환경의 오염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수송비율이 3%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자전거의 이용목적도 운송용이 아닌 스포츠 레저용으로 이용되는 비율이 높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여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고 이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좀처럼 제고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률이 왜 그렇게 낮은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자전거도로의 물리적 총량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전거이용자의 안전 확보 및 이용확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강력한 지원정책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도시의 거리를 살펴보면 자전거도로가 승용차들의 주차장화 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런 죄의식이나 미안한 마음도 없이 차량을 주차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계속 내렸다 타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 자전거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먼저 네덜란드의 델프트(Delft)시 사례를 보자. 이 도시는 도로시설 확충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자전거타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자에 대한 감세 혜택 부여, 가정집 대문 앞에 2~5대 정도의 자전거 주차공간(Bicycle drum) 설치, 자전거 안전운행법의 초등학교 교육과정 도입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가 되었다.

특히 이 도시에서 시작된 ‘본엘프(Woonerf)’ 정책은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엘프 표지가 있는 곳에서는 차량 속도를 시속 15㎞ 정도로 제한함과 동시에 도심지로의 차량통행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도심지 진입부의 도로에 상하로 움직이는 철기둥(볼라드형)을 설치하여 허가된 차량이 지나갈 땐 내려가고 통과 후에는 다시 올라온다. 필자도 이 도시를 방문하였을 때 이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지원프로젝트를 통해서 델프트는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45%에 달하고 학생들의 60% 이상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세계의 환경수도로 평가받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도 비슷하다. 자전거를 위한 신호등을 설치하고 자동차 이용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자전거 중심의 도로체계를 구축하고 강한 ‘자전거이용자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시장에 재선한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의 ‘내일의 도시 파리’ 정책공약이 매우 흥미롭다. 이 공약 중에 첫 번째는 ‘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도시 파리’에 대한 구상인데 2024년까지 파리의 모든 길을 자전거가 운행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자전거 이용에 필요한 교육시행은 물론 업계에도 운송수단을 자전거로 바꾸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 충청권의 각 도시들은 대부분 도로의 경사가 완만하여 자전거 이용에 유리한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전거는 경사도가 3~5%를 넘게 되면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앞서 살펴본 해외 사례에서 보듯, 자전거 이용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전거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 둘째 도시의 요소요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전거도 로망 조성, 셋째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지원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안전속도 5030정책도 자전거 이용에 순기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도로 전체공간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약자(?)인 자전거이용자의 안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을 제고하는 것은 단순히 하드웨어적 인프라구축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앞서 소개한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접목시킬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자전거이용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기 위한 전제요건인 만큼 지자체와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바라건대,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져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대기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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