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들
[세상사는 이야기]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들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4.27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지난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서울시장 후보로 완주한 4명의 여성후보들이 여성·청년·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약을 제시하였지만, 보궐 선거의 발단이 성비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정책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여성후보들은 거대 정당의 주요 후보와 맞붙어 차별화된 자신의 특징과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젊은 정치인들이 성평등 의제를 드러내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생태’, ‘경제’, ‘민주주의’의 3중고를 겪으며 복합위기 상황에 빠져 있는 지금, 다양한 여성들의 참여와 목소리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 꿈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여성들은 마음대로 도시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도시를 기획하고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 시장이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014년 파리의 첫 여성시장으로 선출되었다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자동차 없이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15분 도시’를 공약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모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실천하고 있다.

자동차의 속도를 낮추고 보행과 자전거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시장은 마리안느 보르겐으로 자치구 의원과 시의회 의원 경험을 거친 여성이다. 오슬로는 2002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고자 ‘비젼 제로’를 선포하였고, 2019년에는 보행자 및 자전거로 인한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안 이달고, 보르겐 오슬로 시장 외에도 이탈리아 로마 시장인 비르지니아 라지, 스웨덴 스톡홀름 시장인 쾨니그 예를뮈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인 펨케 할세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시장인 가브리엘라 피레아, 아일랜드 더블린 시장인 헤이즐 추, 불가리아 소피아 시장인 요르단카 판다코바 등 유럽 각 국가의 주요도시의 정책은 여성 시장들이 맡고 있다.

2020년 지방선거를 치른 프랑스의 경우 파리 외에도 마르세이유, 릴, 스트라스부르, 낭트 등의 도시에서 여성이 시장에 당선되었고, 파리시의 경우 자치구 시장에 당선된 17명 중 7명이 여성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주요 글로벌 도시 여성시장의 수는 지난 4년 동안 5배 증가했다. 2014년에 4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도시 20곳에서 여성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회원도시 시장의 여성비율은 21%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여성 시장들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여성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 모두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운동가, 사회복지 전문가, 주거권 운동가, 성평등 활동가 등 삶의 질을 높여내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유럽의 여성시장들은 과거 각 분야에서 쌓아 온 활동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해 가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유럽 도시의 변화와는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선출직 여성 광역단체장이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아재지도’라 불릴 만큼 지방자치단체장 공천은 남성 일색이었다.
전 세계적 추세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속도는 점점 가속화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선출직 시장으로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유럽 여성 시장들의 과감한 도전을 우리 사회는 주목해야 한다.

어느 곳에 살든, 내가 원하는 학교, 직장, 가게, 공원, 보건소와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도보나 자전거로 이용할 수 있는 삶은 누구나 지향하는 삶이고 정치는 이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세계 도시의 여성시장들이 보여주고 있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색깔이 분명한 정책기획과 급진적인 실천을 통한 정치적 실험들이 성과있게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 용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인쇄인 : 이영호
  • 주필 : 유영배
  • 편집국장 : 최인석
  • 「열린보도원칙」 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노경래 042-255-2580 nogol69@dailycc.net
  • 충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