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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경찰대학 폐지의 당위성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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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5.12 15: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김대유 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경찰대는 1981년 개교 당시부터 특혜 논란에 시달렸다. 고졸자를 뽑아 졸업 후 아무런 시험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약관 20대 초반에 경위로 임관되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괴한 모습이었다.

육군사관학교나 사법고시 출신 법조계에 대응하려는 경찰 내부의 욕망과 경찰 엘리트를 육성해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입맛이 버무려진 결과였다.

현재 경찰대 졸업생은 총경 55%와 경무관 67%, 치안감 이상 56%를 차지하였고, 일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소수의 일반경찰이 20년을 현장에서 근무해야 경위를 달 수 있는 구조에서 현장 경험도 없고 승진 시험도 없는 젊은이들이 경위를 달고 상관으로 부임하는 사태는 다수의 경찰관에게 절망과 스트레스를 주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찰대학 특혜는 스스로 경찰의 얼굴을 무시하고 국민에게 지팡이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 재앙이라고 지적받아 마땅하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그 얼굴을 되살리고 지팡이를 되짚고자 하는 국민의 소망을 위해 경찰대 개혁의 칼을 빼들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당당하고 보람찬 순경 아저씨들을 만나야 한다.

미국의 모든 경찰 간부는 순경으로부터 시작한다. 독일도 경찰대학은 순경으로 시작해서 거쳐가는 재 교육기관이고 프랑스나 캐나다도 순경으로 시작해서 승진 절차를 밟는다. 순경은 경찰의 얼굴이며 국민이 가장 먼저 만나는 위대한 지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지피기 시작한 경찰대학 폐지론의 영향 때문인지 경찰대는 조금 변모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2018년부터 내놓은 경찰대 개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복과 자유복을 병행하면서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12%에 불과한 여성 합격자 수도 늘리고, 졸업 후 의무경찰 소대장 복무 특혜도 재학 중 군 복무나 졸업 후 학사 장교로 근무하게 하며 현직 경찰관의 응시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웃기다. 환골탈태를 주문했더니 아이라인을 다시 그리고 립스틱만 짙게 바른 모양새다. 개혁주문의 골자는 오직 한가지였다. 경찰대 졸업생인 고졸 입학생의 경위임관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개교 초기와 달리 지금은 경찰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졸자들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경찰대 졸업자들도 경찰에 투신하기보다는 사법고시나 로스쿨을 선택해 진로를 바꾸는 비율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외국어나 과학의 영재를 육성하려고 특목고에 교육과정 등 특혜를 주었더니 모두들 너나없이 전공과 무관한 SKY로 진학하는 특목고의 변질과 다르지 않다.

경찰대는 사법고시와 로스쿨에 유리한 과목들을 운영하고 상당수가 진로를 바꾸려는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었다. 적당히 손질하고 모양새만 바꾸려는 시도는 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승진의 페어플레이를 12만 경찰관에게 공정하게 보장하는 길은 경찰대를 폐지하는 것이다. 만약 존치한다면 고교생의 응시를 금지하고 현직 경찰관의 재교육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경찰대를 사회 성공의 일확천금으로 생각하는 욕망의 사다리를 끊어주어야 한다.

즉 단연코 졸업 후 경위임관을 우선 없애고 경찰대학 입학을 원하는 모든 경찰관이 재교육을 받는 특수학교법인으로 전환해 수사, 정보, 법률, 외교, 대 테러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하는 재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경찰관은 순경으로부터 시작해 승진하고 경찰대학은 희망하는 모든 경찰관이 선발 절차를 거쳐 입교하는 제도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경찰행정이 투명해지고 모든 경찰관이 당당한 경찰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경찰대 폐지는 경찰개혁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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