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한은혜 기자 = “천안의 한 기업은 가업승계에서 오는 세부담으로 회사를 아예 외국기업에 매각했습니다.”
최근 지나친 상속세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승계를 포기하게 만드는 등 경영지배구조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지역경제계 따르면 2019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이용한 대전지역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충남과 충북도 각각 1곳, 2곳 뿐이었으며 전국에선 88건에 그쳤다.
이 같이 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공제제도의 문턱이 높다보니 기업들이 활용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
실제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피상속인이 기업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상속세 신고 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 2년 이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하며 상속 후 7년간 자산, 근로자 수 또는 임금 총액, 지분, 가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이 같은 조건으로 향후 신사업 진출이나 사업방향 전환시 대응하기도 어렵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공제제도가 지나친 상속세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업이 까다로운 조건을 이행해 공제혜택을 받더라도, 사후관리 이행을 하지 못 할시 추징금을 내야하는 규정도 있어 불만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후이행을 하지 못 해 추징금을 낸 기업 비율은 14.5%였으며,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사후관리가 어려워 더 많은 추징금이 납부 됐을 것 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제도 조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 중견기업 임원 박모(55)씨는 "억단위의 상속세를 내면서 이 고생스러운 일을 자식에게 물려 줘야 하나 생각이 많다"면서 "가업상속 혜택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상속세 감면 편법을 알아 보는 기업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1월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중기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3곳 중 2곳이 이같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공제혜택 활용에 ‘유보적’이라고 답했다.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본부 관계자는 “기업 승계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 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기업 존속, 일자리 유지 확대 등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봐야한다”며 "경영권 승계가 불확실해지면 기업가 정신도 함께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