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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장애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부장·꿈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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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6.02 15: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부장·꿈제작소 대표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부장·꿈제작소 대표
‘장애’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의 성립, 진행에 거치적거려 방해하거나 충분히 기능을 못 하게 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또 ‘장애인’은 ‘몸이나 마음에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障礙)를 한 자씩 한자의 의미로 풀어보면 ‘막을 장’과 ‘거리낄 애’로 풀 수 있다. 이들 의미를 종합해보면 뭔가 불편한 사람이란 것 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잘못 해석했다가는 사회에 방해가 되는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장애인에 대해 인식은 아주 많이 변하고 바뀌었다. 오래 전 사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애인이 생산성이 없어 사회에 보탬이 안 되는 무능력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아무 죄 없는 장애인이 폭군에 의해 몰살당하는 사건이 역사 속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기도 했다. 적어도 인류 역사상 불과 수십 년 전에 이르러 비로소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더불어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이 확산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과거에는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 여겼다. 그래서 가족 중 장애가 발생하면 가족 구성원이 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다. 가족 구성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런 개념이 일반적이던 시대에는 장애가 재앙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장애를 갖게 되면 가족 전체가 삶 속에서 웃음을 잃고 빈곤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가혹한 시대였다.

그러다가 사회복지의 개념이 싹트며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비로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기고 작으나마 혜택이 부여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장애인도 당당한 이 나라의 국민이며 권리주체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시각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어느 장애인도 원해서 장애인이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그 개념은 사회의 부족한 시스템과 대중의 무관심이 장애를 낳았다는 인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장애인이 이동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돼 있다면 장애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즉, 모든 시설이 누구도 불편을 느끼지 않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장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설비가 갖춰져 있다면 그는 굳이 장애를 겪을 필요가 없고, 나아가 장애인이 될 이유가 없다는 수준의 인식이다.

모든 사람이 수어를 구사할 줄 알아서 수어로 언제 어느 때 누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는 장애인이라고 할 수 없다. 다수의 사회구성원이 수어를 배우지 않고, 수어를 구사할 수 없어서, 수어를 사용하는 제한적인 인원이 장애인으로 분류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서점과 도서관에 점자로 제작된 책이 넘쳐난다면, 시각장애인의 장애 문제는 자금보다 한결 진일보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게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와 장애인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장애는 장애인만의 문제이고 자신에게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 하지만 전 국민의 5%가 넘는 263만명이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들 중 90% 가까운 원인이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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