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상을 바꾸는 힘, 주인의식

천수정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06.12 00: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천수정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천수정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드디어 학교가 열렸다. 코로나로 민주시민교육 외부강사의 학교 방문 교육이 잠정 중단되었다가 1년 여 만에 재개되니 처음 강단에 서던 날의 설렘이 떠올랐다. 민주시민교육은 주인의식을 갖춘 개인이 협의와 합치로 공동체를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주된 교육 내용이다. 따라서 활발한 토론과 모둠활동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런데 거리두기 규칙을 지키며 이 목적에 도달하려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현대인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어린왕자’의 주인공 어린왕자는 지구로 오기 전 6곳의 행성을 방문한다. 각각의 행성에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한 명씩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여섯 사람을 소개한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 허영심에 빠진 사람,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주정뱅이, 계산속만 발달한 장사꾼, 세상의 변화를 모르고 매일 가로등에 불을 붙이는 점등인, 책상 앞에서만 지리를 연구하는 지리학자가 그들이다.

누구든 이 행성 중 하나를 선택해 살아야하며 그 별에 있는 사람을 리더로 삼아야 한다. 민주시민교육 시간에 ‘나는 이 행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주어진 해결과제이다. 처음에는 다들 웅성거리고 난감해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이 가는 별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을 선택해 태어나지 않았으나 누구든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이번 과제에서는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으니 그나마 괜찮지 않은가 라고 하면 아이들이 허탈해하면서도 깊은 고민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수업 종료 직전 몇몇 아이들의 발표를 들어보는데 예상외로 인기 있는 별은 술주정뱅이와 점등인이 사는 곳이다. 죄를 짓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술주정뱅이는 적어도 부끄러움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술을 끊게 도와준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그 별을 다스릴 것이라는 것이다. 점등인에게는 세상이 바뀌어 전기를 쓰니 당신이 더 이상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다만 그의 성실함만은 커다란 장점이므로 국가를 다스리게 한다면 살기 좋은 별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을 들으며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본래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리더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다, 살고 싶은 별이 없어 나는 이 과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 한다면 주인의식만이 희망의 씨앗을 키울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힘은 다양한 문제 상황에 부딪히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싹튼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여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힘, 그 힘의 원동력은 바로 주인의식에서 비롯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여 미래유권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