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모욕적인 표현을 처벌하려면 발언의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주장과 관련이 없는 모욕적 언사를 남발하면 처벌 대상이지만, 의견을 강조하면서 썼을 뿐이라면 모욕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레기가 모욕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30년 넘게 이른바 ‘기자 밥’을 먹었다는 한 언론인은 칼럼을 통해 “기자의 사회적 평가와 신뢰가 낮아졌어도 ‘기레기’란 모욕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기사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불신이 깊어질수록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사회 건강도 위협 받는다”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적어도 기자의 정도를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참 언론인이라면 왜,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기레기 취급을 받는지 성찰함이 옳다. 입법, 사법, 행정과 더불어 4부로 까지 대우받는 언론, 견제 받지 않고 스스로 권력 집단이 된 그들의 행태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왜 우리 언론이 세계 주요 40개국 대상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꼴찌를 달리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 중 최고수준으로 누리는 우리 언론의 자유 만큼 그만한 책임도 져야 한다.
최근 ‘조국의 시간’이 화제다. 이 책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년 여 간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과 본인의 판단을 정리한 회고록이다. 그는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라며 검찰 언론 야당의 공세로 자신과 가족의 무너진 삶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언론은 이를 기초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이 조성되면 다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었다”고 성토했다. 이른바 ‘카더라’ 뉴스, 검찰 발 일방적 기사를 쏟아내며 여론몰이를 통해 ‘몹쓸 가족’으로 낙인 찍어낸 것이 바로 우리 언론이다.
자정 능력이 없다면 입법을 해서라도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언론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해야 하고, 포털에서도 뉴스 편집권도 제한해야 한다. 앞으로도 언론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책임지지 않는 가짜뉴스와 편향성을 지닌다면 그것은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다. 언론개혁을 통해서라도 언론이 정도를 걸어가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