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으로] 춘향가 8시간 완창의 의미
[문화속으로] 춘향가 8시간 완창의 의미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6.28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판소리 완창의 역사가 열린 것은 박동진 명창이 흥보가 5시간을 1968년도 9월에 공연한 것이 최초라 할 수 있다. 완창이란 판소리의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노래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판소리 완창이란 개념이 없었고, 토막소리 위주의 공연이 주로 이루어지던 때였다. 그렇다고 해서 소리꾼들이 전 바탕을 몰랐던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공연에서 긴 시간 완창을 하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보통 판소리 공연은 특정 대목을 부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박동진 명창의 과감한 시도로 우리 판소리 역사는 새롭게 변화하는 전기를 맞이했다. 명창으로서의 기량을 파악하기 위한 기준으로 완창을 할 수 있는지, 있다면 몇 회나 완창했는지, 판소리 중 몇 작품을 완창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마다 그 길이가 달라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9시간까지 이루어지는 완창이기에 명창들의 공력도 유파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중 가장 긴 시간과 분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동초제 춘향가라 할 수 있다. 박동진제 춘향가도 8시간 정도 분량을 가지고 있으나, 박동진 사후로는 잘 불리지 않는다. 그러니 현대 전승되는 가장 긴 판소리로 동초제 춘향가를 꼽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외 다른 유파의 춘향가는 6시간 정도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동초제 춘향가 완창은 그 자체가 화제이거니와 대단한 기량이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28일 대전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완창이 이루어졌다.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 고향임 명창의 네 번째 완창이 바로 그것이다. 고향임 명창은 지난 2002년 춘향가 첫 번째 완창을 한 이래 올해 춘향가 네 번째 완창하였는데, 지난 2009년 대전에서 두 번째 완창, 2019년 국립국악원에서 세 번째 완창한 지 2년 만의 완창이다. 고향임 명창은 올해 65세이다.

동초제는 판소리의 한 유파로 초대 국립창극단장을 지냈던 동초 김연수(1907~1974)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동초제는 판소리 다섯 바탕의 소리가 모두 정리되어 전승되며, 특히 인간문화재 시대가 열린 1960년대 이후 활발하게 전승이 되고 있다. 동초제 판소리는 근대 명창들의 소리를 두루 섭렵한 김연수 명창이 새롭게 짠 소리로, 사설의 합리성과 다채로운 음악으로 현대 판소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연수 명창은 특히 창극단을 이끌면서 판소리의 새로운 양식인 창극을 정립하는 데 큰 업적을 남겼다. 또한 그의 식견을 바탕으로 다섯 바탕 판소리의 와전이나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사설을 정리한 것 또한 큰 공로로 남아있다. 그래서 동초제 판소리는 사설이 풍부하고, 극적인 표현과 등장인물의 개성이 잘 살아있다.

동초제 가문에는 삼초(三超)가 있다. 첫 번째는 동초(東超) 본인이다. 그의 창극 운동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판소리극이 정리되고 새로운 극적 실험이 일어났으며, 사설이 새롭게 정리되었다. 두 번째는 김연수의 제자인 운초(雲超) 오정숙(1935~2008) 명창이다. 오정숙 명창은 김연수 선생의 다섯 바탕소리를 계승한 유일한 제자로, 현대 판소리의 거장이었다. 전주대사습 1회 장원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다섯 바탕 완창을 두루 소화하였다. 고법 인간문화재 김청만 명고는 평생 반주한 명창들 중 오정숙 선생의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오정숙 명창은 옹골진 성음과 기가 막힌 너름새로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세 번째는 바로 오정숙 선생의 제자인 윤초(允超) 고향임 명창이다. 고향임 명창은 20대에 오정숙 명창의 눈에 띄어 제자가 된 이래, 특히 춘향가를 특장으로 동초제 판소리를 이어받았다.

고향임 명창의 소리는 스승의 소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사설이 분명하며, 극적 표현에 능하다. 오정숙 명창이 양성이었던 바에 비하면 제자인 고향임 명창은 수리성으로, 거칠지만 상하청의 곰삭은 소리가 공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승 오정숙 명창이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무대를 휩쓴 바를 생각할 때, 고향임 명창의 에너지도 8시간이 넘도록 그 기운을 잃지 않는 점이 똑 닮았다. 그만큼 평상시 소리 공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고향임 명창의 연세가 65세임을 감안할 때 동초제 춘향가 완창의 반복적인 도전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고향임 명창의 판소리는 공연장을 넘어 대전을 들썩일 만큼 크게 울려 퍼졌다. 긴 시간의 등정을 끝낸 고향임 명창은 다음에는 더 연습해서 좋은 소리를 들려드리겠노라는 겸손을 보여주어 청중들을 감동시켰다. 동초제 춘향가 8시간은 울다가 웃다가 박수치다가 감동하다가 쉬이 지나가버렸다. 동초제 춘향가가 궁금하신 분들은 대전으로 오시라~ 고향임 명창이 다음 완창을 또 준비할 테니 말이다.

최신기사
인기기사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 용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인쇄인 : 이영호
  • 주필 : 유영배
  • 편집국장 : 최인석
  • 「열린보도원칙」 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노경래 042-255-2580 nogol69@dailycc.net
  • 충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