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수도권 찬스’에 날아간 대전 k-바이오랩 허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07.15 14:32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학창시절 100m 달리기를 뛰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주자 모두가 출발선상에 나란히 서 호각소리에 맞춰 일제히 출발한다.

그리고 제일 먼저 결승선에 도착하면 손등에 1등 도장이 찍힌다. 이게 바로 공정의 룰이다.

그런데 누군가 20m 앞에서, 또 다른 이는 50m 앞에서 출발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출발선에서 시작한 주자는 결코 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앞서 출발한 이들이 이용한 것은 부모 찬스, 학벌 찬스, 지연 찬스 등이다.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찬스’를 쓰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팽배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다.

이같은 불공정이 국책사업 공모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수도권 찬스’때문이다.

최근 대전시가 인천시에 내준 k-바이오랩 허브가 그렇다.

2019년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이를 벤치마킹한 게 대전시다. 그런데 돌연 공모사업으로 바뀌어 치열한 소모전을 펼친 뒤 마지막에 인천시가 웃었다.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과 경쟁을 하는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허탈할 수 밖에 없다. 국토균형발전은 허공에 메아리로 돼 돌아 올 뿐이다.

이 때문에 국책사업 공모 시 수도권을 배제하든지, 지방에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논리다.

대전시는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지만 부아가 치미는 게 감지된다. ‘밥상만 차려놓고 남 좋은일 시켰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다.

결과는 안좋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민관정이 하나가 됐다. 모두가 똘똘 뭉쳤다. 대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 사회단체들은 ‘랩 허브’ 대전 결정 촉구를 결의하고 시민 서명도 받았다. 1주일만에 22만명이 동참했다.

지역정치권도 성명을 발표하는 등 힘을 보탰다.

시는 이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전력을 다했다. 허태정 시장은 발표평가를 직접 진행하는 열의도 보였다,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지만 대전의 저력을 엿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단지 대전시가 탈락했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정의 룰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맨 앞에 서야하는 게 바로 정부다. 각종 국책사업 공모 과정에서 매번 무기력감을 느끼는 지방의 속내를 헤아릴 때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