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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반짝이는 노을 그 너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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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19 14: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노을이 진다. 이제 막 넘어가는 태양이 산봉우리 틈으로 꼴깍 지고 있다. 서쪽 하늘 여울에 진홍 물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공원에서 운동하던 중 잠깐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홀연 붉은 물은 간데없이 이번에는 거대한 붉은 띠구름이 펼쳐지는 바람에 운동하는 사람들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일제히 바라본다.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절박했었나 보다.

세계 3대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 그리스 산토리니아섬, 남태평양 피지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라고 한다. 이태 전 석양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로 떠났다. 배 위에서 한 시간 정도 석양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기대에 부풀었건만 그날따라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새새로 조금씩 보이기는 했지만 온 하늘이 물들던 절경에 비하면 아주 미미했다. 하루만 일찍 왔어도 아니면 하루만 연기했어도 충분히 보았을 텐데 다녀와서도 못내 아쉬웠다.

노을은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노을이 생기는 것은 빛의 산란과 파장 때문이다. 빛의 산란은 공기를 구성하는 작은 알갱이들이 빛을 흡수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다시 방출하는 현상이다. 산란하는 정도는 빛의 파장에 따라서 다르다.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빨강 주황 노랑과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 등의 무지개색으로 분리된다.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빛의 파장은 길고 산란이 약해지기 때문에 먼 거리까지 도달하지만, 파란색에 가까울수록 파장은 짧고 산란이 왕성해지면서 도달거리가 짧다. 노을이 질 때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고 햇빛이 대기층을 지나는 길이가 길어지면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흩어져 버리고 파장이 긴 붉은 색만 남아서 하늘이 붉게 물든다. 반면 태양이 머리 위에 뜨는 한낮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진다. 햇빛이 대기층을 통과하는 거리가 짧아지고 파장이 짧은 파란 색 등만 남아서 푸른 하늘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 후 노을이 가라앉는다. 붉은 강물이 조금씩 빠지면서 하늘은 주황빛 카펫을 걷어치운다. 저 빛깔을 두고 집으로 어찌 돌아가나 싶어 갑자기 막연해진다. 아들의 49재를 끝내고 어찌 돌아가야 하나라고 절망했을 모정도 겹쳐 떠오른다. 명색은 절에 다니는 사람이면서 종교가 불교라고 말을 하면서 49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4시간을 지켜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 새삼스럽게 돌이켜 보니 노을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지.

49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1일로 계산하여 칠일마다 제사를 지낸다. 고인이 저승에 머무르며 명부시왕 중 일곱 대왕에게 7일째 되는 날마다 심판을 받고 칠칠 49일째 되는 날 최종 심판을 받고 환생한다고 하는 의식이다. 49일 후에는 그동안 맺었던 이승의 인연이 다 끝난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식의 연을 맺고 있다가 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스님은 염불하고 바라춤을 추고 북과 징이 함께하는 의식은 엄숙하게 진행되고 중간중간 스님이 어떤 의식을 하고 있는지 설명도 해 주었다. 의식 끝부분에 회심곡 중 ‘부모님 은혜, 부분을 부르는데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나로서는 우연히 감상하게 된 노을에서 추출한 7개 그 아름다운 빛깔과 49재에 얽힌 7이라는 숫자가 얼비치는 느낌이다. 49는 다름 아닌 일곱 개가 일곱 번 겹친 숫자였기 때문이다. 7은 완전수라고 했다. 더구나 그것을 두 번 강조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눈을 감았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은 모정을 생각하면 통탄할 일이지만 자식 잃은 슬픔은 세상 그 어떤 낱말로도 표현할 수 없기에 그렇게나마 의식을 통해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거라면 어떨까. 누구를 막론하고 어떻게 위로할 말을 찾기는 힘들 것이므로.

어스름과 함께 붉은 하늘 카펫이 치워지고 남아 있던 검은 구름이 오래전 코타키나발루에서 노을 감상을 포기하고 바라본 검은 구름에 오버랩되는 것도 우연일까. 아름다운 것은 잠깐이다. 오늘 추억의 노을 또한 불과 5분도 되지 않을 동안의 환상이었다. 그런데도 잠깐 세상이 정지된 것처럼 고요하고 경건한 그 무엇이었다.

친구 아들의 청춘도 생각하니 꽃 피고 지는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이라도 황홀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 때문에 우리 힘들어도 살 수 있는 것이리라. 그 친구 또한 견딜 수 없이 슬픈 중에도 가슴 깊이 묻어둘 뭔가가 있으면 슬픈 행복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 노을은 사라졌어도 다시 떠오르기를 기약하면서 놓아주는 것처럼 비록 세상에는 없지만, 이후로 불씨처럼 가슴에 노을로 그리움으로 타오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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