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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로하는 노래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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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26 14: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혜진 목원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교수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고통이 커지고 있다. 거리두기와 방역 강화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삶의 고난이 가중되는 것이 문제다. 실업이나 매출감소 등 경제적인 고통은 물론, 관계의 단절과 삶의 질 하락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으로 느껴진다. 일상이 고립이요, 뉴스에서는 세계의 비참상이 그대로 전달되니 말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사람에게 음악이 주는 위로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시국과 맞물려 삶의 애환을 노래하는 트로트 장르가 크게 부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가사가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종일 트로트를 들으며 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시대에 따라 삶의 방식도 다르고 사람마다 겪는 우여곡절도 다르니 음악의 유행도 달라지고 변화하는 것은 순리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삶에 노래가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대가요로 남아있는 ‘공무도하가’는 죽어가는 남편을 통곡하며 바라보던 여인의 모습을 담고있는데, 죽음의 순간까지 노래로 만들어 그 심정을 표현했다니 대단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매우 슬퍼했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도 죽음이 인간적인 숙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시대 불렀다는 많은 노래들을 지금은 ‘향가’라고 부른다. 14수가 삼국유사에 남아 있어 그 시대 노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는 서동이 불렀다는 구애의 노래, 꽃을 바치며 부른 헌화가, 노동을 하며 부른 풍요, 죽은 누이를 추도하는 제망매가, 화랑을 찬양하는 찬기파랑가 등 계층이나 주제가 매우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처용가’는 역신 즉 천연두라는 전염병을 쫓기 위한 주술의 노래로 불리어졌다. 고대사회에서도 전염병은 큰 문제였던 것이다.

고려시대에 불렀던 노래들은 조선초기 ‘악장가사’, ‘악학궤범’, ‘시용향악보’에 한글로 기록되어 가사가 남아있는 것도 있고, 제목과 내용만 남아있는 것들도 전한다. 주로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한 것들이 많고 풍자나 비판, 기원의 노래들이 있는데, 청산에 살고싶다고 노래한 ‘청산별곡’은 걱정많은 세상을 떠나 이상향으로 가고싶다는 소망을 그리고 있다. 서민들은 노동의 현장, 삶의 현장에서 노래를 하며 민요로 삶의 애환을 달랬다.

조선시대에 불렀던 노래들 중에는 시조나 가사, 잡가, 판소리 등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중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를 살았던 유학자 신흠의 시조는 노래의 치유 가능성을 이렇게 노래한다.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할샤/닐러 다 못 닐러 불러나 푸돗든가/진실로 풀릴 거시면은 나도 불러 보리라” 곧 “노래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 시름도 많았나보구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 노래를 불러 풀었단 말인가. 진실로 노래를 해서 풀린다면 나도 불러 보리라”는 의미이다. 노래에 관한 노래라 무척 재미있다.

얼마나 시름이 많으면 노래를 불렀겠냐는 인식 자체가 노래의 치유성을 인정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나도 부르겠다는 뜻은 나 역시 걱정 근심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름이 많을 때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은 것은 양반들도 서민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음악은 사람들 곁에서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며 우리 삶을 고양시켜주는 예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삶의 위로 기능을 가진 노래가 이야기로 승화되어 불리어진 것이 바로 판소리라 할 수 있다. 긴 이야기를 노래하자니 재미와 감동을 모두 맛볼 수 있고, 웃다가 울다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한 판의 신명을 만들어냈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다가올 미래의 소망을 담아 노래했다. 명창이라는 호칭을 들으려면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음악성을 가져야 했기에 피를 토하는 예술정신이 뒤따랐다.

사람들이 창조한 위대한 예술은 많고도 많지만, 노래는 그 안에 시름과 기쁨을 담아 우리에게 다시 또 일어설 힘을 준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시대,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를 찾아서 오늘도 힘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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