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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반올림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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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8.01 14: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반올림에 대한 의미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정확한 값이 아닌 근삿값을 구할 때, 마지막 자릿수에 대한 계산법이라 되어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수가 5 이상이면 한자리를 올리고, 5 미만 일 경우는 버리는 계산법을 말한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악’이라는 논란을 피하려고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상위 2%’ 공시가격 기준을 ‘억 단위’ 미만에서 반올림해 정하기로 한 방식을 많은 사람의 아우성에 의해 접기로 한 반올림에 대한 사회적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 나이가 되어 내 삶을 되돌아보니 공자의 이야기처럼 반올림 이전의 내 삶은 손에 움켜쥐는 것만 하였으니 앞으로 내다보는 나의 삶은 이제 내려놓는 즐거움을 누리는 삶을 그리며 살아가고 싶다. 따라서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반올림의 묘한 효과를 기대하면서 더러는 기쁨을, 더러는 희망을 고대하면서 살아가면 될 것이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데 늘 나를 긴장시키는 항목이 있다. 신장과 체중을 측정하는 코너인데 은근히 담당자와 드러나지 않는 신경전을 내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2년 전부터 키는 조금씩 줄고 몸무게는 반대로 조금씩 증가하는 것이다. 나의 주장은 이러하다. 신장이 162.6cm이면 반올림해서 163cm로 하고 몸무게는 53.45kg이면 5 미만이므로 53kg으로 하면 되는데 꼭 소수점 이하 숫자까지 기재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나의 행복이 그 담당자에 의해 갈취당한 듯 억울하여 그저 하염없이 그 항목만 말없이 바라만 보았는데 그 담당자는 내 느낌을 알아채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고객님, 죄송해요,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기재하라는 원칙이 있어서…’ 올해도 반올림 앞에서 나의 자존감은 이렇게 무너졌다.

음계 중 ‘샵’이란, 반올림을 뜻하는 음악 기호 ‘#’에서 유래한 것으로 반음 올림으로 기존의 음보다 높아진다는 기본 개념과 더불어 온음과 온음 사이에 존재하면서 음계를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반음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반올림의 의미를 모 건설사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더샵(THE S HARP)’으로 응용하였다. 즉 ‘잠자는 곳’과 ‘일하는 곳’의 사이에 다양한 가치가 창조될 수 있다는 의미로 ‘더샵’에서의 삶이 더욱 풍부해지고, 즐거워지고, 세련되게 하고자 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렇듯 반올림의 매력은 언제든지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바람대로 시공간의 제한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시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늘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짧은 기도로써 나의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행복해야지’라고 생각하던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에게 어느새 짐이 되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면, 어쩌면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반만 행복해도 성공한 삶이다. 왜냐하면 평범하고 작은 기쁨을 반올림하게 되어 나의 인생 반보다도 더 큰 행복의 상태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에 집착하기보다는 여유로움이 허락하는 반올림으로 자유로운 행복을 추구하고 사는 삶이 경제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에서 반올림에 기부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지금 내가 다육 식물을 키우는 것, 아니면 애완견 한 마리를 더 분양받아 집안이 화기애애 해졌고 나의 퇴근 시간이 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것이 내 인생의 반올림 기부일 수도 있겠다. 사실 우리네 일상에서 지나치게 큰 변화를 시도하거나 큰 도전을 할 필요는 없다. 반올림이란, ‘#(샵)’이란, 그저 눈에 보이는 일상의 세상에 작은 도전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반올림으로 인하여 평범한 우리네 일상에 즐거움과 희망이 시작됨을 스스로 준비하게 됨을 알아채게 하면 된다.

매일 누군가를 위하여 향 가득한 차 한잔을 준비한다면 나의 일상에 반올림을 더한 것이 될 것이고, 여기에다 ‘#(샵)’을 더한 매일의 변주곡의 반올림을 준비하고 있다면 일상의 도전을 꿈꾸게 하는 내 삶에 가치 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언젠가 나 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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