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21.08.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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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다섯 차례의 하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시상대 표정을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었는데, 메달 수상자 표정의 밝기는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금-은-동 순서가 아니고 금-동-은 순서라는 것이었다. 시상대에서는 유독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이 가장 어둡고, 때에 따라서는 가장 슬픈 표정을 짓거나 울고 있었다는 다소 의아한 연구결과가 흥미로웠다. 동메달리스트들은 노메달이 아닌 순위권 안에 들게 되어 최종 3인의 시상대에 오르게 된 행복감을 표출하는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결승까지 갔다가 패배한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는 결과를 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 영국의 복서가 수상한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손으로 들고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가 나중에 후회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전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단체로 메달을 벗어서 주머니에 쑤셔 넣고 퇴장하던 은메달 단체종목 선수들도 논란이 됐었다. 태도야 불순하지만 그만큼 선수 입장에선 아쉬움과 실망감이 컸으리라. 또다시 4년을 기약해야 하는 사람도, 이번이 마지막 고별 무대가 되는 사람도, 각자의 배경 스토리는 다르지만, 결과가 아쉽고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학 시절, 콩쿠르를 준비하던 연주자들끼리 하던 넋두리가 있었다.
‘병풍 치다 내려왔다’
경연대회나 국제 콩쿠르를 참가하면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선발되는 최종 결선자 10명 안팎 모두가 한 무대에 올라 수상 결과를 듣는다. 한 명씩 호명되는 수상자를 향해 결선진출자 모두가 축하 박수를 쳐주며 자신의 이름도 호명되는 것을 기다리지만, 결국 끝까지 호명되지 못하면 그렇게 병풍처럼 둥그렇게 둘러서서 남의 수상에 박수만 쳐주다가 쓸쓸히 무대를 내려와야하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일컫던 말이었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한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다. 더군다나 일주일 가까이 치러지는 콩쿠르에서 체류비와 교통비까지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돈을 쓰고도 성과 없이 돌아가는 경우라면 그 미안함과 면목 없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몇 년을 준비하던 선수들과 연주자들에게는 국제대회는 더할 나위 없이 긴장되고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당사자 자신도 안타깝고 속상한데 이를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참 아쉽다. 스스로 멘탈을 다잡으며 집중해야 할 선수에게 때아닌 혐오 조장 발언으로 댓글 창이 시끄럽고,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딴것도 너무나 대단한 일이거늘, 전 종목 석권이 아님에 아쉬워한다. 어떤 기사 제목은 ‘전 종목 석권 실패’ 나 ‘금빛 꿈 좌절’ 같은 메달의 색깔에 우열을 부여하고, 1등이 아닌 ‘나머지’로 치부하며, 금메달이 아니면 ‘금 수확 실패’로 표현한다. 인기종목들은 특집기사와 인터뷰 기사와 분석까지 난무하지만, 비인기 종목들은 선수가 메달 레이스까지 진입해도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로 뉴스기사란 댓글 창은 오늘도 시끄럽다.

연예인들과 스포츠인들이 결과와 루머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그 예방책으로 연예기사와 스포츠 기사란의 댓글을 폐쇄한 주요 포털사이트들의 결정은 그래서 다행이다. 유독 남들의 실족과 실패에 날아드는 가시 돋친 말들과 칼질보다 무서운 펜질은 참으로 잔혹하다. 온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국민적 응원과 지지를 한몸에 받지만, 그 모든 이를 뒤로하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선수 혼자다. 관중과 관객들이 냉철하게 비판할 수도, 냉정하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기대했던 결과가 아닌 경우에는 어쩌면 그렇게도 잔인해질 수 있는지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하다.

무대 위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해 보이는 건 찰나의 순간뿐이다. 그 자리에 있기까지의 땀과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은 가늠할 수 없다. 그간의 과정을 말과 글로써 전하고 써 내려간다 한들, 본인이 느끼고 감내하며 짊어졌던 수많은 나날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힘겹게 가는 길을 응원하고 믿어주고 아껴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마당에, 비평과 분석이라는 미명 하에 말로 찌르고 글로 썰어대는 모습을 보면, 길을 내 주는게 목적인지 쓰러뜨리는게 목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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