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계곡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해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아!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장대하다. 십이폭포의 중심이요 가장 높고 웅장한 죽포동천(竹浦洞天)폭포다. 폭포의 높이가 15m정도가 되고 흐르는 물의 폭이 평소 1m 우기에는 5m에 달하며 떨어진 폭포수의 수면이 대나무 숲처럼 비추어져 파랗게 비춰 별천지로 보인다는 폭포는 선인들의 흔적이 여러 암각문으로 남아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는 청뢰(晴雷), 떨어지는 물방울이 은하수인지 의심이 된다라는 뜻의 의하(疑河), 은하수가 떨어진다, 쏟아진다의 하락(河落)과 앞서 뜻을 이야기한 죽포동천이 새겨 있다.
또 죽포동천 글 윈편에 “몽중득우 벽이언금삼풍재화(夢中得又 壁耳言禁森風災化 金琜亂)”이라 새겨져 있다. 글을 풀어보면 ‘꿈속에서 다시 얻었다. 누가 들을까 비밀스럽게 말하기를 김래가 난을 당한 것처럼 재앙과 화재가 삼림에 불어옴을 금한다“가 된다.
짧은 식견으로 깊은 뜻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김래가 누구더라? 한순간 최근 20부작으로 MBN에서 제작되었던 화제의 파란만장 인생 로맨스 퓨전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줄거리가 떠올랐다.
드라마 속 주인공 바우가 바로 여기에 새겨진 조선 광해조에 이이첨(李爾瞻) 등에 의해 모함 사사되었던 연흥부원군 김제남의 아들이며 함께 죽음을 맞이한 김래가 아니던가.
아- 이 깊고 깊은 산중에 새겨진 저 글에 400여년 전 한 맺힌 이야기가 숨겨 있었구나. 그 한스러움을 웅장한 폭포에 실어 세상으로 토해내려 했구나. 시원한 폭포와 함께 역사 속 이야기 한 구절에 무릎을 치며 한여름 더위를 흘려보낸다.
십이폭포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한 번쯤은 일상에서 나와 선인들의 발자취를 밟으며 그 이야기를 품고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깨끗하고 맑은 무위자연(無爲自然) 십이폭포의 선경(仙境)에 빠져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