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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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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8.19 16: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최성수 대전서구문화원 사무국장

대한민국의 광복절인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정권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게 넘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군 계획을 발표한지 불과 하루 만이다. 탈레반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정부군이 있지만 유명무실한데다 전의마저 상실한 상태여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항복을 받아냈다.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탈레반에 대적할 세력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대국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은 내륙 산악국가로 천혜의 요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3배에 달하며, 4천여 명의 인구는 파슈툰족 42% 타지크족 27% 하자라족 9% 우즈베크족 9%로 등 여러 부족으로 이뤄져 있다.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지만 수니파 80%. 시아파 19%로 나뉜다. 인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세 지역의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한 까닭에 19세기부터 영국과 제정러시아의 침략 대상이 되었다. 1905년 영국의 보호국이 된 이후 1919년 독립을 쟁취했으며, 1979년에는 구 소련군의 침략에 맞서 싸워 이긴 전사의 나라이다. 이번에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사실상 승전보를 올려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그 중심에 탈레반이 있다. 탈레반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2007년 한국인 선교단 23명을 피랍,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프간 남부를 중심으로 거주하는 파슈툰족에 바탕을 둔 반군테러조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이다. 전통식 이슬람 학교의 '학생들'이라는 뜻을 가진 탈레반은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 1996년 내전에서 승리한 후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2001년 9.11일 테러 발생 후 미국의 보복성 공격으로 축출되기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그래서인지 탈레반은 자신들을 반군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세 축출 후 이슬람 정부를 이끌 조직이라고 자부해 왔으며, 결국 그렇게 되었다. 현재 카불 대통령궁을 비롯한 여러 정부청사에 탈레반기가 아프가니스탄 국기 대신 내걸리고 있다.

외신에 의하면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대대적인 사면령을 발표했다. “모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확실한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여성에 대해선 그들이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인권 존중을 약속했다. 탈레반은 “정부 구조가 완전히 확실하지는 않다”면서도 ‘완전한 이슬람 리더십이 있으니 모든 이들은 정부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외 공관에 대해서도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카불 내 주요국 공관은 대부분 빈 상태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외교관 등 직원이 본국으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탈레반이 벌인 과거의 전력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명분으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한했고 남성은 수염을 길러야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정부의 항복 선언 후 발표한 여러 메시지에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시에 새 정부 구성 논의도 시작했다. 과거 집권기에 국제 사회로부터 따돌림 받은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연성 통치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제관계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결국 패전하여 막대한 손실만 입고 철수한 상황이고, 러시아는 이미 소련 시절에 참담한 패배를 한 전적이 있는데다 탈레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탈레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는 강대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정도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주의와 이슬람 극단주의를 경계하여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탈레반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 탈레반과 중국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 우리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정학적 요충지이며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자리한 우리나라도 아프가니스탄과 다르지 않다. 내전은 아니더라도 분단국가로서의 전쟁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다만 우리는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제력과 든든한 자주 국방의 기반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고 종교간 갈등도 없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외세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군대가 스스로를 위해 싸울 생각이 없다’며 철군의 명분을 찾았다.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곳을 위해 미국은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밝힌 메시지, 우리 국민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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