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살기 좋은 집의 조건 ‘디테일’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1.08.29 13: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국가통계포털과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104.8%에 달한다. 하지만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무주택가구의 비율이 43.7%나 된다. 그런 까닭에 아직도 주택난이 발생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무주택자로 있다가 새 집을 마련하게 된 가정은 큰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새집은 그때 까지 온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하며 개미처럼 일해 온 각고의 노력이 가져다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쁨이 스트레스로 바뀌는 일이 종종 있다. 이유는 부실한 시공 때문이다.

최근 한 공기업의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하자건수와 유형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 하자유형을 보면 벽면 등의 균열이 40.4%로 가장 많았고 오․배수관 고장, 도배불량, 변기 등 위생기구의 결함, 창호 파손 등의 순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하자유형들이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공정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 기술자들이 자신이 짓고 있는 주택을 내 집처럼 여기고 끝마무리만 잘하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하자인 점이 아쉽다. 여하튼 신축 주택의 하자는 없어야 하겠지만, 그나마 아파트의 하자는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입주자들의 대응이 체계적․조직적일 뿐만 아니라 시공사들도 상당한 규모 및 기술력과 하자보수시스템을 갖춘 검증된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세대․다가구 등 소규모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서 발생하는 하자이다. 특히 입주자들이 겪는 불편은 사소한(?) 공정의 부실시공에서 더 많이 발생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화장실의 바닥높이가 출입문과 차이가 나지 않아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슬리퍼가 걸려 생기는 불편, 화장실 배수구의 위치가 잘못 되거나 구배를 맞추지 못하여 물이 고이는 불편, 창문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하자, 옥상의 방수처리 불량으로 인한 누수 등이다.

심지어는 이러한 하자도 발생된다. 세면대의 수도꼭지 위치가 잘못 되어 손으로 물을 받아쓰기 불편하거나 화장실 휴지걸이가 너무 뒤쪽에 위치하여 휴지를 감아 쓰기 불편한 사례이다. 이러한 하자들은 집을 지어본 건축주의 상당수가 경험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렇게 사소하다고 느끼는 공정상의 하자가 입주자에게는 대략 10년이 넘는 장기간의 생활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공 상의 하자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마디로 ‘디테일(detail)의 부족’인 것이다. 그리고 디테일의 부족은 기술력의 부족이 아니라 관심의 부족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공에서 디테일이 모자라면 결코 살기 좋은 집이 될 수 없다.

우리가 고대 건축물을 보고 감탄하는 것은 그 규모만이 아니라 그 디테일에도 있다. 로마 수도교 등 상수도시설의 경우 첨단측량 장비가 없었던 시대에 축조된 시설임에도 약 1000분의 1의 구배로 수십㎞를 연결시켜 물을 공급하였고,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마추픽추의 석조건축은 송곳하나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현장마다 레벨측량기를 보유하고 있는 현 첨단시대에 화장실바닥의 구배를 잡지 못해 물이 고인다면 이거야 말로 불가사의(?)라는 비아냥을 듣기 쉽다. 현장 기술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 온 나라를 들썩인 부동산 투기가 아파트에 집중되었던 까닭은 국민들이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데 있고, 이처럼 다가구․다세대의 인기가 없는 것은 아파트보다 ‘디테일’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후진적인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준공처리 전에 구조, 형태, 재료와 수치 등만을 점검하는데 그치지 말고 생활불편사항까지 섬세하게 살펴보는 감리자의 지혜와 사명감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주택에서 만큼은 더 이상 후진적인 하자가 없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