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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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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9.13 18: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다음 주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명절 역시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다. 백신접종 완료자를 포함하여 8명이라고 한다. 어제 오빠가 전화를 했다. 조카들이 추석 당일에 온다며 미리 다녀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만 8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난번 뉴스에서는 가을장마가 계속돼 삼겹살보다 더 비싼 것이 깻잎이라고 했다. 깻잎 100g 가격은 4,980원이고, 삼겹살 100g 가격은 2,490원으로 깻잎의 절반 가격이라고 한다. 이러지 않아도 명절 때가 되면 물가가 올라 서민들은 편치 않은데 가장 만만한 채소 가격이 껑충 뛴다고 하니 이래저래 우울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은 올 추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듯하다.

추석 선물을 장만하려다가 지난번 왔다 간 방역요원 생각이 나서 하나를 더 준비했다. 살다 보면 가끔 깜짝 놀랄 만한 사람을 만나고는 한다. 그 친구와는 십 오육 년 전에 같은 직장에 근무했었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해 직장이 폐쇄되고 모두 그만두게 됐는데 나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은 지긋지긋하다고 후련해했다. 그런데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직원은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났다.

군청에서 보낸 코로나 방역요원으로 3달 단기 근무자로 우리 기관에 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름조차 가물가물했는데 잘 지내셨냐고 말을 건네는데 그 친구였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이후로 정식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장가도 가지 못한 채 농사를 지으며 계약직으로 다니고 있단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마음이 무겁고 마치 내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며칠 후 군산 언니 집에 가서 언니 지인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중 한 분이 나에게 00씨와 00씨 이름을 대면서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라 당연히 알았지만, 너무 뜻밖인 곳에서 그 이름들을 들으니 순간 당황을 했다. 난 음성에 살고 학교는 정읍에 있고 거기는 군산이었다.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물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언니 지인이 뒤늦게 대학교를 들어가서 다니고 있었다. 그곳으로 제자들이 편입해서 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이 있고 보니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거기에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과 더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연의 종류는 다양하다.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연도 있다. 또 좋은 인연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인연으로 끝나기도 하고, 악연이라 정리하고 싶지만, 끝까지 따라다니는 질긴 인연도 있다. 그렇다고 좋은 인연만으로 살 수가 없고 싫은 사람과도 무 자르듯 단절하고 살 수도 없다.

옛말에 백 명의 친구가 있는 것보다 한 명의 적이 더 무섭다고 했다. 사뮤엘 골드원은 싫어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아는 사람은 인생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호불호가 분명한 나는 이런 의미에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확률이 낮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서글퍼진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나쁘다고 밀어내고 좋다고 연연해하며 지낼 수는 없다. 앞으로도 함께 두리둥실 가야 한다면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스스로 리더 해 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휴식이 필요한 나에게 5일간의 추석 연휴는 꿀 같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추석에 만나는 친인척들과도 마음만은 더 정겹고 따스한 명절이 되기를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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